무더위가 절정에 달하는 8월. 태극마크를 단 청소년 야구 선수들의 뜨거운 승부가 연이어 펼쳐진다. 이달 30일 부산 기장에서 18세 이하(U18)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가, 앞서 19일에는 중국 선전(심천)에서 15세 이하(U15) 아시아유소년선수권대회가 각각 막을 올린다.
정상에 도전하는 두 팀의 사령탑인 이성열 U18 대표팀 감독(64·유신고), 윤영보 U15 대표팀 감독(37·수원북중)의 공통점도 있다. 소속 학교를 이끌며 최근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고 같은 ‘수원’ 지역을 연고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유망주들의 일명 ‘서울 쏠림’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괄목할만한 성과라는 평가다. 이달 초 두 감독을 각 소속 학교에서 만났다.
●좋은 선수의 시작은 밥상머리부터
올해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 이어 청룡기까지 연속 우승을 이끌며 화제의 중심에 선 유신고의 이 감독은 특히 인성을 강조하는 지도자다. 1984년 덕수상고(현 덕수고)에서 코치로 시작해 40년 가까이 고교 지도자 생활을 해온 그는 흔히 자신의 교육철학을 ‘밥상머리 교육’이라고 말한다. 학생 선수들에게 ▽거짓말하지 말고 ▽선수들끼리 폭력을 쓰지 말고 ▽남의 것을 탐하지 말라는 세 가지 원칙을 강조한다는 이 감독은 “학부모들과도 괜한 대화할 일이 없다. 대신 ‘학교는 당신의 아이를 잘 못 가르치지 않는다. 학교를 믿어라’고 이야기한다. (인성 교육이) 학교의 전통이 되면서 형제를 연달아 보내는 부모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프로야구 SK의 최정, 최항 형제가 유신고 출신이기도 하다.
밥상머리 교육의 철학은 윤 감독도 마찬가지다. SK 투수 출신 윤 감독이 2010년 사령탑을 맡은 이후 수원북중은 2016년 전국중학선수권대회에서 창단 후 첫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2017, 2018년 대통령기 2연패를 하기도 했다. 윤 감독은 “인생의 많은 부분을 좌우할 청소년기라는 점에서 중학야구가 때론 고교야구, 프로야구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선수들에게 엄격한 규칙을 제시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수원북중에서는 모든 선수들의 스마트폰 사용이 금지되며, 식사 역시 편식 없이 주어진 양을 모두 소화해내야 한다. 윤 감독은 “한 번 좋은 성적을 냈다고 느슨해지면 금세 제자리로 돌아온다. 영원한 것은 없다는 걸 선수에게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목표는 우승. 국제대회 앞둔 두 감독의 출사표.
소속팀 지도에 여념이 없던 두 지도자는 이제 태극마크를 달고 더그아웃 위에 선다. 특히 지난 2017년 당시 결승에서 미국에게 패하면서 준우승을 했던 U18 대표팀은 안방 대회에서 최정상에 서겠다는 각오다. 이 감독은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다 보니) 아무래도 선수들은 물론 코칭스태프의 부담감이 크다”고 말했다. 상위라운드 대결이 유력한 일본과의 승부에 대한 각오도 밝혔다. 이 감독은 “시속 150㎞대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일본에 많다. (일본 수출규제 조치에 따른) 시국이 시국인 만큼 한일전은 반드시 승리해서 국내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네덜란드와 첫 경기를 펼치는 한국은 호주, 캐나다 등과의 조별 예선에서 투수 운용을 최소화하겠다는 각오다. 주요 선수로는 유신고의 에이스 투수 소형준 등이 꼽힌다.
U15 대표팀 또한 목표로 우승을 내걸었다. 내년 열리는 세계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최소 아시아대회에서 2위를 해야 한다. 17일 중국 현지로 출국하는 윤 감독은 “화려하기보다는 안정적인 플레이를 하는 선수를 위주로 선발했다. 좋은 성적을 거둬 내년 세계대회까지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서로에게 격려도 전했다. 이 감독은 “윤 감독은 야구에 대한 욕심도 많고 열심히 하는 감독이다. 지금의 열정 그대로 앞만 보고 달리길 바란다”고 후배를 응원했다. 윤 감독은 “이 감독님을 보면 늘 ‘일관성’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자신이 뱉은 말은 늘 책임지고 지키는 이 감독님을 따라 좋은 지도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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