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동아 야구팀은 매주 월요일 다양한 주제를 놓고 자유로운 토론을 하고 있습니다. KBO리그의 여러 소식과 뒷이야기, 다양한 전망까지 브레인스토밍 형식의 대화입니다. 회의실 현장을 날것 그대로 야구팬들에게 전달해드립니다. 19일 야구팀 회의 참석자 : 이경호 차장, 정재우 전문기자, 강산, 장은상, 서다영, 최익래 기자
이경호(이하 이) : 2018시즌 569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리그 전체 홈런 수는 1364개, 안타는 1만1440개였습니다. 리그 평균 타율은 0.287, OPS는 0.803이었습니다. 올해 변화된 기록을 보면 굉장히 놀랍습니다. 같은 경기에서 홈런은 813개, 안타는 1만487개가 기록됐습니다. 평균 타율은 0.269로 낮아졌고 OPS는 0.729입니다. 단 한 해 만에 이렇게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경기당 평균 홈런 숫자는 2.40개에서 1.43으로 1개 가까이 줄어들었습니다. 반발력을 낮춘 공인구의 영향입니다. 개막 전 이 정도로 변화가 클 것이라고는 대부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공인구 반발력 조정은 전임 사무총장의 핵심 정책이었습니다.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국가대표 타자들의 공격력이 문제가 되면서 큰 탄력을 받았습니다. 홈런은 야구의 꽃이지만 지난해 시선은 달랐습니다. 홈런을 마치 재앙처럼 여겼습니다. 환경이 전혀 달라진 올 시즌 어떤 변화가 느껴지시나요?
서다영(이하 서) : 투수전으로 이어지는 경기가 많다 보니 경기가 생각보다 빨리 끝난다는 느낌을 좀 시즌 내내 받았어요. 물론 예외는 있죠. 하하. 최익래(이하 최) : ‘캐스터 : 이 타구! 좌측담장! 좌측담장! 그러나…. 좌익수가 잡아냅니다’의 빈도가 훌쩍 늘어난 느낌이에요.
장은상(이하 장) : 야구장 취재기자들에게 홈런이 나오면 홈런 분석표가 전달되잖아요. 근데 확실히 올해는 그 분석표 받는 숫자가 눈에 띄게 줄었어요.
정재우(이하 정) : 경기 중반 이후 홈런이 펑펑 쏟아지며 한쪽으로 확 기우는 경기가 좀 들어든 느낌이죠. 그러니 쫄깃한 경기가 더 늘어난 측면도 있어요. 장 : 홈런이 줄어드니 4~5점차의 경기는 역전도 쉽지 않은 듯합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그 정도의 점수는 ‘잘하면 뒤집을 수 있겠다’ 싶은 게 많았는데, 올해는 솔직히 동일한 상황에서 ‘지키는 야구’가 먼저 떠오르거든요. 이 : 투수전도 분명 매력이 있죠. 다만 올해 부쩍 ‘야구가 재미없어졌다’는 목소리가 많이 들립니다. 언제부터 홈런이 이렇게 홀대받았나요. 장타력이 눈에 띄게 감소하면서 경기 중후반 3·4점을 뒤집기 어려워졌어요. 그만큼 홀드 등 투수 쪽 기록은 많이 나오는데, 경기 마지막까지 집중도는 조금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강산(이하 강) : 야구경기 중계방송사들도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3·4점차만 돼도 6회 이후 시청률이 급속히 떨어진다고 해요. 지난해는 워낙 역전 경기가 많아서 기대심리로 이탈이 크지는 않았다고 하는데. 그런 변화들이 뒤따르는 것 같네요. 정 : 그렇겠네요. 극적 반전은 확실히 줄었죠. 최 : 팬들은 각자 취향이 있잖아요. 전 투수전을 선호하는데…. 타격전을 선호하는 사람도 많고, 이건 기호의 차이죠. 하지만 라이트 팬은 다른 것 같아요. 홈런이 뻥뻥 터지면서 엎치락뒤치락해야 몰입이 확 될 텐데….
장 : 투수들이 잘 던지면 물론 고급스러워 보이긴 하죠. 경기 진행도 빠르고요. 그런데 솔직히 관중 입장에서는 같은 돈을 주고 1-0 경기를 볼 것이냐, 8-7 경기를 볼 것이냐 하면 후자를 선택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을 것으로 봅니다. 최 : 신규 팬들이 유입되기에는 땅볼유도 비율이 높은 투수의 병살타 유도 두세 개보다 시원한 홈런 한 방이 낫지 않을까요? 단순하면서도 가장 짜릿한~!
이 : 현장 직관 팬 입장에서는 투수전은 좀 아쉽죠. 동점, 역전 홈런이 빵빵 터져야 좋은데.
최 : 동점되고, 역전되고, 함성이 터지고. 직관은 사실 그런 재미인데.
이 : 그렇지만 사실 지난해는 좀 과했죠.
장 : 우리 야구장 문화는 ‘으쌰으쌰’ 하면서 함께 응원을 하는 문화잖아요? 그런데 보통 열성적인 응원은 우리 팀이 공격을 할 때 이뤄지거든요. 솔직히 수비할 때는 ‘삼구삼진’ 말고는 응원을 몇 번이나 하겠습니까. 공격에서 터져야 같이 응원할 맛도 나고 재미가 있어지죠.
강 : 아무래도 시원한 홈런이 프로야구의 꽃이라고 생각하는 시선이 존재하죠.
최 : 타석당 홈런 비율이 3.09%로 KBO리그 역대 1위였습니다. 순장타율도 0.164로 역대 2위였고요. 한국 야구사에 손꼽힐 만큼 장타의 시대였던 거죠. 정 : 투수력의 발전 가능성을 담보로 타고투저가 전개됐어야 했는데, 지난해까지는 일방적 양상이었죠. 투수력은 제자리걸음 내지는 뒷걸음질인데, 타자들의 방망이만 불을 뿜으면서 불균형이 심화됐죠.
이 : 제 생각도 KBO리그만의 특징이자 강점인 경기장 응원문화, 이 부분에 아쉬움을 느끼는 분들이 생겨나고 있는 듯합니다. 워낙 지난해에는 부작용이 많아서 어쩔 수 없이 개입이 된 것 같은데. 사실 그 조정의 폭은 실패한 듯합니다. 지난해 하반기 퓨처스리그에서 먼저 테스트해보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요.
정 : 그게 핵심이죠. 이런 급격한 변화 이전에 테스트가 필요했는데. 메이저리그도 그렇잖아요. 일단 마이너리그에서 실험해보고 도입하죠.
최 : 스프링캠프 때만 해도 감독, 코치, 선수, 해설위원 모두가 “바뀐 공인구 영향 없을 것”이라고 했다가…. 이제는 달라졌죠. 일종의 적응기가 없었으니, 모두가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고 손놓고 있던 게 아닐까요.
정 : 다들 아는 말 있잖아요. 타격왕은 포드, 홈런왕을 캐딜락 탄다고. 그만큼 홈런은 야구의 꽃인데 KBO리그에선 어느새 필요악이 된 느낌도 있었어요. 지난해까진. 이 : 사실 홈런만큼 매력적인 것이 없는데. 메이저리그는 시프트가 발달하니 그에 대응해서 홈런이 늘어났죠. 그런 이상적인 구조가 필요할 수도 있겠네요.
최 : 메이저리그도 공인구 때문에 시끄럽죠. 대신 거기는 홈런이 잘 나오도록 조정한 것 같다며 특히 투수들이 볼멘소리를 하고 있죠. 그러나 젊은 층의 유입 때문에 고민하던 메이저리그가 급격히 홈런의 시대로 탈바꿈했다는 것은 시사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강 : 지난해 타고투저 현상이 극심하긴 했지만, 너무 극단적으로 바뀐 게 아닌가 싶습니다. 공인구 변화를 선수들이 그대로 체감하고 있고요. 타구가 외야에서 수직낙하한다고 할 정도니.
이 : 그렇다면 과연 내년 시즌은 어떨까요. 적응기(올 시즌)가 끝나고 내년 똑같은 공인구로 시즌을 치르면 홈런이 늘어나고 현 상황이 조금 개선될까요? 또한 공인구의 반발력을 추가로 조정해서 조금 올리는 방안에 대한 의견도 부탁드립니다. 정 : 예측이 쉽지 않은데 홈런이 쉽게 늘어날까요? 공인구를 이대로 두면 내년까지는 이 추세가 이어지지 않을까요?
최 : 전 글쎄요. 아직 표본이 작긴 하지만…. 올해 전·후반기를 비교하면 안타당 장타비율이나 장타당 홈런 비율 등이 오히려 감소했어요. 시간을 통한 적응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거죠.
서 : 시즌 종반을 향하는 가운데서도 여전히 ‘공이 뻗질 않는다’고 어려움을 호소하는 선수들이 있어요. 비시즌 훈련을 통해 타자들이 마땅한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에요. 강 : 결국 갭파워 히팅에 특화된 타격을 주문하는 쪽으로 바꿔나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공인구로 시즌을 치르면 홈런이 늘어나진 않을 것으로 봅니다. 장 : 프로농구 언더사이즈 빅맨처럼 KBO 외인타자 수급 방향도 내년부터는 바뀔 것 같아요. 이미 그런 기조도 보이고요. 더 이상 홈런 타자를 찾지 않는거죠. 콘택트 능력이 뛰어나고 발이 조금이라도 빠른 타자를 데려오려고 하지 않을까요. 애초에 홈런에 중점을 두지 않는 구단 전략이 시작되는 거죠.
정 : 외국인타자들도 대부분 콘택트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니까요.
강 : 결국 타자들은 장비의 발전이나 타격 매커니즘의 변화 등의 측면에서 투수들보다 발전요소가 많긴 합니다만 홈런은 또 다른 문제라고 봅니다. 공인구가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죠.
이 : 그럼 공인구에 손을 대야 할까요? 흥행을 위해 공인구에 손을 대서 조금 반발력을 높여서, 지난해와 비교하면 홈런을 20% 감소 정도 선에서 맞추는 것은 어떻게 보세요? 2018시즌과 2019시즌 중간 정도로. 저는 내년에 퓨처스에서 중간 조정 공인구로 테스트를 해 볼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정 : 또 한 번 졸속행정을 하는 건데, 내년까지는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요? 다만 퓨처스에서의 실험에도 한계는 좀 있을 듯해요. 우리 퓨처스의 수준이 과연 공인구를 테스트할 수 있는 정도인지, 여기서 나온 데이터를 신뢰할 수 있을지. 참 어렵네요.
강 : 내년 1년은 이대로 보고 정말 아니다 싶으면 반발계수를 조금 올리는게 좋을 듯해요.
장 : 개인적으로 손대는 건 반대입니다. 솔직히 올해 반발력 검사 계속 나오는 걸 봤을 때 그 퍼센티지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이 있고요. 일단 ‘울며 겨자먹기’여도 한 번 손을 댔으니 최소한의 관찰 시간은 필요하다고 봐요. 강 : 그 재미없다고 욕먹던 일본프로야구(NPB)도 2012년까진 일단 두고봤으니까요.
최 : 올해 순장타율은 작년에 비해 26.83% 감소했어요. 역대 최대 감소율입니다. 팬들은 올해 ‘전년 대비 가장 장타가 줄어든 시즌’을 보고 있다는 건데, 너무 급진적으로 변했다는 게 아쉽습니다. 지난해와 올해의 사이 어느 지점의 값을 퓨처스에서 테스트할 필요가 있어보여요.
장 : 퓨처스 테스트는 찬성이요. 꾸준하게 장타를 퓨처스에서‘만’ 보여줄 타자가 있어야 할 텐데.
강 : 일단 내년까진 지금의 공인구로 가되, 도무지 개선이 안 되면 내후년에는 결국 손을 대는 게 맞지 싶습니다. 실패를 인정하는 것을 두려워해선 안 됩니다.
정 : 기적으로는 리그 전반의 투수력이 향상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는데, 그런 토대 위에서 공인구의 반발력을 상향 조정해야 하는데 본질은 우리 리그의 투수력이 너무 떨어진다는 데 있어요. 투수력 강화를 위한 리그 차원의 교육 프로그램이나 제도적 보완도 꼭 필요합니다.
서 :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팬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봐야겠죠.
최 :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야구의 꽃은 홈런이죠. 꽃이 1년 만에 말라가고 있습니다. 물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