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리그에서 희망을 되찾고 있습니다. 꼭 1군에 들어가서 재기하겠습니다.”
독립야구단 경기도리그의 연천 미라클 소속 손호영 선수(25)는 경기 안양 충훈고와 홍익대에서 주전으로 뛰었던 에이스였다. 대학 2학년인 2014년 미국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 계약을 맺고 박찬호 선수처럼 ‘코리안 특급’을 꿈꿨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 마이너리그에서만 3년간 뛰다 귀국했다. 군에서 전역한 뒤 올해 초 연천 미라클에 합류했다. 그는 이달 5일 열린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신인 드래프트 트라이아웃에 참여해 4.3초 만에 1루를 밟는 등 10개 프로구단 스카우트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26일 2차 선발에서 프로구단의 지명을 받으면 KBO리그에 입성한다.
독립야구단은 프로리그에 진출하지 못하거나 구단에서 방출된 선수들이 모여 ‘패자부활전’을 꿈꾸며 내실을 다지는 야구단이다. 그동안 이들 구단은 경기도챌린지리그, 한국독립야구연맹 등 여러 독립리그에서 활동했다. 올 4월 경기도의 후원으로 도내 독립야구단들은 경기도리그를 출범시켰다. 앞서 경기도는 ‘독립야구단 활성화 추진계획’을 세워 구단 지원책을 마련했다. 프로리그에 들어가지 못한 선수들이 재도전의 꿈을 이을 무대를 후원하겠다는 것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후보 시절 공약이기도 하다. 이태희 경기도야구소프트볼협회 사무국장은 “매년 1000명 이상의 선수가 배출되지만 프로구단의 선택을 받는 사람은 극히 일부”라며 “경기도리그는 재도전의 기회를 주는 데 의미를 둔다”고 말했다.
경기도리그에는 성남 블루팬더스, 고양 위너스, 양주 레볼루션, 연천 미라클, 파주 챌린저스, 의정부 신한대피닉스 등 도내 6개 독립야구단이 합류했다. 선수는 모두 179명. 구단 사령탑엔 기존 프로구단 코칭스태프 출신도 참여했다. 이상훈 전 KT 2군 감독은 신한대피닉스 감독을, 김인식 전 LG 트윈스 2군 감독은 연천 미라클 구단주와 감독을 맡았다. 계형철 전 SK 와이번스 2군 감독은 고양 위너스의 사령탑을, ‘타격왕’ 마해영은 성남 블루팬더스를 맡았다.
문제는 막대한 구단 운영비. 구단 운영에는 훈련비, 숙박비, 식비 등으로 최소 연 5억 원 이상이 필요하지만 대부분 후원 기업이 없어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 구단은 선수들이 월 50만~70만 원씩 부담하며 가까스로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는 제도권 밖에 있던 독립야구단을 도체육회 종목단체인 경기도야구소프트볼협회에 등록해 지원 근거를 마련했다. 경기도는 올해 경기도리그에 경기 운영비 1억600만 원 등 모두 2억 원을 지원한다.
경기도리그는 4월 23일 광주 팀업캠퍼스에서 양주 레볼루션과 연천 미라클의 경기를 시작으로 다음 달 26일까지 구단마다 20경기씩 모두 60경기를 치른다. 19일 현재 연천 미라클(9승 5패 1무)이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이어 고양 위너스(8승 2패 2무)와 성남 블루팬더스(8승 4패 1무)가 바짝 추격하고 있다. 전세민 선수(의정부 신한대피닉스)가 타율 0.483, 16타점으로 타격 분야 1위를, 임현준 선수(연천 미라클)가 5승으로 투수 부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다만 양주 레볼루션은 아쉽게도 선수들의 부상, 군 입대 등의 문제로 지난달 리그 참여를 잠정 중단했다.
계형철 고양 위너스 감독은 “1군과 2군의 국내 프로야구 리그 이외에서 제대로 운영되는 독립리그는 경기도리그가 거의 유일하다”며 “다만 독립야구단 선수들이 프로리그에 진출을 하려면 KBO 등에서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KBO리그에는 처음으로 고교, 대학 시절 야구선수로 활동하지 않았던 한선태 선수(25)가 독립야구단에서 활약하다 LG 트윈스에 들어갔다. 5일 KBO 신인 드래프트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8명 중 손호영, 신민준, 장진호, 박지훈, 지승재 등 5명이 현재 경기도리그에서 뛸 정도로 전망은 밝다. 장영근 경기도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시군에서 독립야구단을 직접적 지원할 수 있도록 경기도체육대회와 전국체전에 야구가 정식 경기종목으로 선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진기자 lk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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