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빈(29·두산 베어스)의 2019시즌은 파도가 가득하다. 본격적인 군 전역 시즌, 4월 말까지 타율 0.320을 기록하며 커리어하이 작성에 대한 기대가 솔솔 피어나왔다. 하지만 4월 28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 8회, 구승민의 속구에 정통으로 맞아 갈비뼈 골절상을 입었다. 한 달 만에 돌아왔지만 이후 성적은 떨어졌다. 19일까지 93경기에서 타율 0.248. 정수빈의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기록이다.
정작 본인은 기록에 대한 욕심을 버렸다. 정수빈은 “지금부터 잘해도 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 타율이 2할대 중후반이면 숫자 자체에 욕심을 낼 수도 있지만, 이제 내 성적에 대한 욕심은 정말 없다”며 미소를 지었다.
개인 성적을 내려놓은 대신 초점은 오로지 팀 성적에만 맞췄다. 지난해 2위 SK 와이번스와 14.5경기 차이로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을 때처럼 압도적인 모습은 아니지만 여전히 두산은 강팀이다. 18일 2위를 탈환했다. 0.5경기 차 3위 키움 히어로즈와 시즌 막판까지 치열한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1위 SK 추격이 어렵다면 플레이오프(PO)에 직행할 수 있는 2위 사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하지만 정수빈은 “2위냐 3위냐는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2위로 PO에 직행한다면 당연히 좋겠지만 3위도 괜찮다”고 단호히 말했다. 이는 경험에서 비롯된 자신감이다. 두산은 2015년 준PO부터 한국시리즈(KS)까지 한 계단씩 올라 왕좌에 올랐다. 반면 2016년에는 정규시즌 1위로 KS에 직행, 2연패를 해냈다. 비록 2017~2018년에는 준우승에 그쳤지만 이 역시 경험이다. 2015~2016년과 2018년, 성공과 좌절을 맛봤던 정수빈이 자신감을 갖는 이유다. 특히 2015년, 손가락 골절에도 KS 최우수선수에 올랐던 정수빈의 가을 DNA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우리 팀 라인업은 대부분 KS를 치렀던 선수들이다. 큰 경기 경험은 무시할 수 없다. 가을야구에서 만날 상대들도 경험이 쌓였지만, 우리는 성공과 실패를 모두 맛봤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래도 가을이라는 계절과 잘 맞는 것 같다. 올해는 축제를 끝까지 즐기고 싶다.”
‘어린이’라는 별명이 어울렸던 그는 이제 한국나이로 서른이다. 두산의 중흥기를 함께 이룩했던 선수들 대부분은 팀을 떠났다. 언뜻 외로울 수 있지만 또 한 번의 중흥기 중심에 설 채비에 여념이 없다. 정수빈의 가을 DNA가 꿈틀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