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구 엘롯기? 롯데에 인기팀의 자격을 묻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8월 27일 05시 30분


롯데의 2019시즌은 처참하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전국구 인기구단으로 불리던 시절의 위상도 사라졌다. 1만926명에 그친 올 시즌 홈 평균관중이 이를 증명한다. 스포츠동아DB
롯데의 2019시즌은 처참하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전국구 인기구단으로 불리던 시절의 위상도 사라졌다. 1만926명에 그친 올 시즌 홈 평균관중이 이를 증명한다. 스포츠동아DB
‘엘롯기’.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 KIA 타이거즈를 묶은 단어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인기나 구단 역사에 비해 성적이 떨어지는 세 팀을 조롱하는 비하의 의미가 강했지만, 이제는 KBO리그 전국구 인기 구단을 상징하는 단어다. 그러나 올해 롯데의 행보는 전국구 구단과 거리가 먼 것이 사실이다.

롯데는 26일까지 리그 9위에 머물고 있다. 25일 사직 NC 다이노스전에서 5-4로 승리하며 7연패 사슬을 끊었고, 간신히 최하위에서 탈출했다. 하지만 이날 사직구장을 찾은 관중은 5591명에 불과했다. 같은 날 열린 5경기 중 가장 적었다. ‘부마 더비’의 열기도 롯데의 성적을 넘어서진 못했다.

비단 25일 만의 문제는 아니다. 롯데는 올 시즌 홈 평균 관중 1만926명에 그치고 있다. 2017년(1만4424명)~2018년(1만2523명)부터 줄곧 하락세다. 관중들에게 유니폼을 나눠주는 ‘퍼주기 이벤트’, 팬 사랑 페스티벌 때를 제외하면 1만5000명을 넘는 날도 찾아보기 힘들다. 사직구장은 물론 원정 경기에도 롯데 팬들의 발걸음은 예년만 못 하다.

사실 팬들의 발걸음이 사직구장에서 멀어지는 것도 당연하다. 원년 팀 사상 최초 10위를 두고 다투는 경기력을 보기 위해 돈과 시간을 쓸 사람은 드물다. 여기에 팬 서비스도 도마에 올랐다. 23일 KBO는 2008베이징올림픽 야구 금메달 획득을 기념해 ‘야구의 날’ 행사를 개최했다. 김광현, 최정(이상 SK 와이번스), 박병호(키움 히어로즈), 양현종(KIA 타이거즈), 강민호(삼성 라이온즈) 등 모든 구단들은 간판스타들을 출격시켰다.

하지만 롯데는 올해 입단한 서준원, 고승민을 내보냈다. KBO는 이대호와 손아섭을 요청했지만 막상 나온 선수들의 이름값은 현저히 떨어졌다. 손아섭은 허리 통증으로 1군에 말소됐기 때문에 행사 참여가 불가능했지만, 이대호는 얼마든지 가능했다. 선수협 회장이기에 대의도 분명했다. 이런 행사에도 참여하지 않는데 팬들이 열렬한 응원을 보내길 바라는 것은 무리다.

간판스타가 여전히 이대호, 손아섭인 것도 문제다. 이대호, 손아섭, 전준우 등 지금 롯데를대표하는 선수들은 모두 2000년대 중후반에 지명된 자원이다. 2010년대로 넘어간다면 롯데의 얼굴로 꼽을 만한 선수는 전무한 게 현실이다. 성적 부진, 팬 서비스 실종 그리고 스타의 부재까지…. 전국구 인기 구단의 자격을 잃어가는 롯데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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