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석에서의 압도적 위압감. 그리고 그 기대에 부응하는 엄청난 장타 능력에 괴력의 몰아치기. 속 시원한 홈런을 때려낸 뒤에도 타구를 감상하는 대신 고개를 숙인 채 베이스를 도는 겸손까지…. ‘국민거포’ 박병호(33·키움 히어로즈)는 여러모로 ‘국민타자’ 이승엽(43·은퇴)과 닮았다. 이제 박병호는 이승엽만이 가진, 혹은 이승엽도 갖지 못한 전대미문의 대기록 여러 개를 가시권에 뒀다.
박병호는 27일 청주 한화 이글스전에서 4연타수 홈런을 몰아쳤다. 경기 전까지 팀 동료 제리 샌즈에 2개 부족한 홈런 2위였지만, 이날 28호 아치까지 쏘아 올리며 단숨에 1위로 도약했다. 홈런 선두 자리를 탈환한 것은 물론 30홈런에도 2개만을 남겨뒀다. 1경기 4홈런은 38년 KBO 역사상 이번이 6번째인데, 2번 달성한 건 박병호가 유일하다. 6~7월 합쳐 29경기 5홈런으로 주춤했던 박병호는 8월 21경기에서만 10개의 아치를 그렸다.
이제 다양한 누적 기록 달성을 노려볼 만하다. 첫손에 꼽히는 건 개인 5번째 홈런왕 타이틀이다. 아직 2위 샌즈와 2개, 3위 최정(SK 와이번스)과 4개 차이로 장담할 수 있는 건 없다. 그러나 시즌 말미에 강했던 박병호의 몰아치기를 감안한다면 쉽사리 1위 자리를 빼앗기지 않을 전망이다. 2012~2015년 4연속시즌 홈런왕에 등극했던 박병호가 올해 타이틀 하나를 추가한다면 이승엽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역대 홈런왕 5회는 이승엽(1997·1999· 2001~2003년)만 밟았던 고지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홈런 두 개만 추가한다면 2012년부터 6연속시즌 30홈런(미국에 진출한 2016~2017년 제외) 고지에 오르게 된다. 이 부문 최고 기록은 이승엽의 7연속시즌(1997~2003년)이다. 이승엽에 버금가는 위치에 오르게 된다.
박병호가 욕심내는 타점에서도 이정표를 세울 수 있다. 박병호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5연속시즌 100타점을 넘겨왔다. 올해는 27일까지 85타점을 기록 중이다. 키움이 20경기를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박병호의 몰아치기 본능이 꿈틀댄다면 세 자릿수 타점도 가능할 전망이다. 만일 100타점 고지에 올라서게 된다면 이승엽은 물론 KBO리그 역사상 누구도 해내지 못한 6연속시즌 100타점을 달성하게 된다. 흔히 ‘30홈런-100타점’을 리그 최고 거포의 상징으로 꼽는다. 리그 최고의 성적을 6년 연속 낸다는 자체가 괴력이다. 박병호 스스로도 홈런보다 타점에 욕심을 내고 있는 만큼 대기록 달성을 기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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