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 데뷔 4년간 1군 24경기에서 승패, 세이브, 홀드 없이 평균자책점(ERA) 7.75. 냉정히 말해 2018년까지의 배제성(23·KT 위즈)은 보여준 게 아무 것도 없는 투수였다. 하지만 올해 25경기에서 8승9패, ERA 3.86으로 환골탈태했다. 지금 KT 마운드에서 배제성은 ‘없어선 안 될 선수’다.
특히 후반기 6경기에서는 4승2패, ERA 1.80으로 정상급이다. 그보다 ERA가 낮은 투수는 양현종(KIA 타이거즈·0.43)뿐이다. 최근의 호조는 더욱 뜨겁다. 배제성은 최근 4경기에서 23.1이닝을 소화하며 4승, 평균자책점 0.39로 압도적인 모습이다. 5위 NC 다이노스와 1경기 차 6위에 머물고 있는 KT의 사령탑 이강철 감독은 “(배)제성이 덕에 5위 경쟁 중”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눈여겨볼 기록은 외국인 선수 상대 기록이다. 시즌 초까지만 해도 롱릴리프와 임시 선발을 오가던 배제성은 5월 22일 수원 두산 베어스전부터 16연속경기 선발로 고정 등판 중이다. 이 중 외국인 선수와 맞상대한 게 무려 10번이다. 전체 등판의 62.5%를 외국인 선수와 매치업했다. 조쉬 린드블럼, 세스 후랭코프(이상 두산 베어스·각 2차례), 앙헬 산체스(SK 와이번스), 에릭 요키시, 제이크 브리검(이상 키움 히어로즈) 등 정상급 외국인 선수들과도 맞상대했다. 그러면서도 8승으로 역대 KT 토종 최다승 타이기록을 세운 배제성이다.
박승민 KT 투수코치는 “사실 외국인 선수를 상대하는 게 신경이 쓰일 법하다. (배)제성이처럼 경험이 적은 선수는 더욱 그렇다. 아무래도 득점 지원이 적고, 수비 이닝이 빨리 돌아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제성이는 외적인 요소를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투구에만 집중한다. 몰입도가 높은 선수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배제성은 “내가 생각해도 자주 붙긴 한다”면서도 “동료 타자들, 그리고 수비수들을 믿는다. 외국인 투수들이 타석에 서는 것도 아닌데 신경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덤덤한 모습을 보였다. 사실상 1군 첫 시즌을 치르는 선수라고 믿기 힘든 대범함이다.
이렇듯 압도적인 성적을 앞세워 KBO 8월 최우수선수(MVP) 후보에도 선정됐다. 양현종, 린드블럼, 박병호(키움) 등 경쟁자가 쟁쟁하지만 월간 성적만 따지면 배제성도 손색이 없다. 스스로는 “이런 날도 온다”며 겸손한 모습이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화려한 날이 찾아올지는 아무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