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문 6개월만에 마라톤 풀코스… 철인 3종-250km 고비사막 완주
강연-저술 등 새 진로도 열려
올해 각종 마라톤 대회에는 ‘2030세대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다음 달 20일 열리는 경주국제마라톤도 3일 현재 전체 참가 신청자의 49%가 20, 30대(20대 20.4%, 30대 28.6%)다. 이는 지난해 34.9%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다.
‘전업 러닝 전도사’를 자처하는 안정은 씨(27)는 젊은층의 러닝 열기에 대해 “끝이 있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요즘 2030세대는 대학 입시에서 취업, 결혼, 육아까지 연속되는 난관을 겪고 있다. 단계 하나를 통과하기 전부터 다음 단계를 걱정하는 게 당연해졌다. 하지만 달리기에는 반드시 끝이 있다. 결승 지점만 지나면 휴식이 보장돼 있다는 게 매력이다”라고 설명했다.
안 씨 역시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우연히 접한 러닝의 매력을 널리 알리기 위해 러닝 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그는 자신의 20대를 ‘결승점이 보이지 않던 시기’라고 돌아봤다. 대학 시절 “부모님 말 잘 듣는 학생”이었다는 그는 토익, 학점, 자격증, 공모전 등 ‘취업 스펙’을 갖추기 위해 경주마처럼 달렸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뒤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대기업에 개발자로 취업에 성공했다. 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닫기까지는 반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했죠. 혼자서 하루 종일 노트북과 씨름해야 하는 일을 견디기 힘들었어요.”
6개월 만에 퇴사를 결정한 그는 어릴 때부터 꿈꿨던 항공사 승무원에 도전했다. 1년간 준비 끝에 중국계 항공사에 합격했지만 당시 중국과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으로 인해 아무리 기다려도 취업 비자가 나오지 않았다. 합격증을 받고도 ‘백수’로 지내는 시간이 1년 가까이 이어지자 우울증과 불면증, 대인기피증이 찾아왔다. 답답한 마음을 못 이긴 그는 집 근처를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 “집에서 입던 옷을 대충 입고 아무 신발이나 신고 달렸죠. 신기하게 그 순간만큼은 기분이 상쾌했어요. 그날 밤에는 잠도 잘 잤고요.”
‘달리는 맛’을 알게 된 안 씨는 동호회 활동을 하며 러닝에 점점 깊이 빠져들었다. 계획 없이 시작한 러닝이었지만 적성에 꼭 맞았다. 처음 달린 지 6개월 만에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고 이제 풀코스 7회 완주, 철인 3종 경기 완주에 빛나는 ‘러닝 고수’가 됐다. 지난달에는 250km 몽골 고비사막 마라톤 대회도 완주하고 왔다. 각종 강연을 통해 러닝의 매력을 알리고, 매주 러닝 코치 활동도 병행한다. 최근에는 서울 시내 곳곳의 ‘러닝 명소’를 소개하는 여행 서적을 쓰고 있다.
“제 또래 세대 러닝 인구가 는다는 건 ‘러닝 전도사’인 제가 앞으로도 할 일이 많다는 것 아닐까요? 저는 임신한 뒤에도, 아이 유모차를 끌고도, 70세가 돼서도 달릴 겁니다. 누구든 평생 운동할 수 있다는 걸 알리는 게 제 목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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