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은 2001년 2월19일생이다. 아직 앳됨이 묻어있는 18세 청년이다. 이 젊은 피가 한국 축구사 집필에 벌써 여러 차례 관여하고 있다. 한국축구의 미래라 불렸던 자원인데 어느덧 현재가 되고 있는 분위기다. A매치 데뷔라는 또 하나의 알을 깼다. 경기력도 제법이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5일 밤(한국시간) 터키 이스탄불의 파티흐 테림 스타디움에서 열린 조지아와의 평가전에서 2-2로 비겼다. 이 경기에서 이강인은 선발로 출전, A매치 데뷔전을 소화했다. 지난 3월 생애 처음으로 A대표팀에 호출됐던 이강인은 두 번째 소집에서 출전 기회를 잡으며 ‘월반’ 행보를 이어갔다.
경기를 앞두고 이강인의 출전여부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펼쳐졌는데 벤투의 선택은 ‘깜짝 선발’이었다. 권창훈과 함께 공격형MF로 나선 이강인은 손흥민-이정협 아래에서 지원사격을 하는 역할을 맡았다. 한국 축구사 최연소 A매치 출전순위 7위에 해당하는, 18세 198일의 나이로 A매치를 치르던 순간이었다.
지난여름 폴란드에서 열린 U-20 월드컵에서 2살 많은 형들을 이끌던 ‘막내형’은 10살 이상 많은 큰형들 사이에서도 딱히 주눅 들어 보이지 않았다.
전반 12분 왼발로만 부드럽게 터치하면서 압박을 벗어난 뒤 전진패스를 성공시키던 장면과 함께 이강인의 존재감이 드러났다. 1분 뒤에는 왼쪽 코너킥 상황에서 키커로 나서 손흥민을 향하던 날카로운 궤적을 선보였다. 이강인은 이후에도 데드볼 상황에서 키커로 활약했다. 지능적인 축구 센스를 짐작하게 하는 모습도 나왔다.
이강인은 전반 15분께 상대와의 공중볼 경합 후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약 2분 뒤 공과 상관없는 위치에서 스스로 주저앉았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이럴 땐 큰 부상이 의심되나 이강인은 잠시 쉰 뒤 아무렇지 않다는 듯 뛰었다. 스스로 경기를 멈춰 시간을 번 것 같은 선택 뒤 정상적 퍼포먼스로 돌아왔다.
전반 중반이 지나면서 이강인의 볼터치 횟수가 늘어났다. 전체적으로 한국의 경기력이 썩 좋지 않았기 때문에 이강인도 크게 빛이 나진 않았으나 적어도 흐름을 끊는 터치나 패스는 없었다. 사실상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는 팀에 새로 가세한 선수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 자체로도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었다.
벤투 감독은 후반전에도 이강인에게 기회를 제공했다. 그리고 후반 6분, 결정적 장면을 맞았다. 페널티에어리어 다소 오른쪽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 찬스를 잡았다. 공을 세워두고 오른발의 정우영과 왼발의 이강인이 준비했다. 정우영의 속임 동작 후 이강인의 왼발이 공을 감았는데, 오른쪽 포스트를 맞히는 날카로운 궤적이 나왔다. 데뷔전에서 데뷔골까지 나올 뻔했다.
이강인은 후반 26분 김보경과 교체아웃돼 경기를 마쳤다. 바로 직전까지 U-23 대표팀도 아닌 U-20 대표팀 일원이었던 선수의 A매치라는 것을 떠올린다면, 박수를 줘도 충분한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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