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축구센스’가 아주 좋다. 영리하게 공을 찬다. 보면 알겠지만 자신보다 2살 많은 형들이 출전하는 대회를 지배하고 있다. 특별한 재능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 모습이 이강인의 온전한 재능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이강인은 장점도 많지만 아직 단점도 가지고 있는 친구다. 그것(단점)이 잘 안 보이는 것은, 동료들이 보완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여름 폴란드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현장에서 만난 한 축구인의 냉정한 평가였다. 분위기가 너무 좋았을 때라 많은 말은 삼갔으나 아직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속내가 담겨 있었다.
당시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기대 이상의 퍼포먼스로 승승장구, 한국 남자축구 역사상 최초의 FIFA 주관대회 결승진출이라는 기염을 토해 팬들을 열광하게 했다. 그 중심에 있던 선수가 ‘막내형’ 이강인이다.
다른 선수들보다 2살 어렸던 18세 이강인은 막내이면서도 리더이자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정정용호의 결승행을 견인했다. 팀 내에서만 최고도 아니었다. 대회 종료 후 준우승 국가인 한국의 이강인에게 최우수선수상 겪인 골든볼이 주어졌으니 대회 전체를 지배했다고 말해도 무리가 아니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강인은 거의 신드롬급 반향을 일으켰다. 칭찬 일색이었다. 실질적으로 잘했으니 토 달 수는 없었다. 하지만 축구인들 사이에는 조심스럽게 지켜봐야한다는 기류도 있었다. 보완해야할 점들도 언급됐다.
크게 정리하면 2가지 정도의 조언이었다. 연령별 무대와 A대표팀 간 대결은 힘과 스피드를 포함한 여러 수준이 다르다는 것이 하나였고, 또 하나는 모든 팀이 이강인 중심으로 돌아가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축구인은 “이강인은 또래들 중에서 확실히 빛난다. 한국처럼 전체적인 전력이 열세인 팀이 이런 에이스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라고 말한 뒤 “정정용 감독도 그것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이강인의 능력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팀을 운영하고 있다”는 뜻을 피력했다.
이강인이 다소 느리고, 힘 싸움도 버거워하고, 수비가담 측면에서도 아쉬움을 보이지만 다른 선수들이 이강인이 해야할 것까지 한두 발 더 뛰면서 커버하고 있어 단점이 잘 보이지 않았다는 견해였다. 괜한 ‘태클’이 아니었다. A매치 데뷔전에서 그 지적은 현실로 드러났다.
벤투호에 합류한 이강인은 6일 오전 터키에서 열린 조지아와의 평가전에 깜짝 선발로 출전해 후반 26분까지 필드를 누볐다. 감각적인 볼터치와 탈압박 능력 그리고 코너킥과 프리킥을 전담했던 스페셜 왼발 등 이강인의 장점은 A대표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키워줬다. 하지만 U-20 대표팀에서는 감춰졌던 단점들도 눈에 띄었다.
가장 도드라진 것은 역시 미흡했던 수비가담과 상대에게 밀리던 힘과 스피드였다. 이미 기틀이 잡혀 있는 팀에 어린 이강인이 합류한 것이라 전체적인 호흡이 매끄럽지 않았다는 것은 어느 정도 감안할 것이 있다. 하지만 ‘구성원 개인’으로서 기본적으로 해야 할 것들에서 부족함이 느껴졌다는 것은 이강인 자신도 곱씹을 필요가 있다.
U-20 대회에서는 통했던 타이밍의 패스나 드리블이 차단된 케이스가 보였고 몸싸움에서 밀리던 장면, 주력이 밀려 수비에 애를 먹던 장면들도 포착됐다. 정정용호처럼 이강인을 도와줄 팀 운영은 아니었다. 이강인이 계속 성장해 에이스로 발돋움하면 상황이 또 달라질 수 있겠으나 적어도 지금 상황에서 A팀이 이강인 중심으로 돌지 않음을 느낄 필요가 있다.
한국 축구사를 살펴보면 소싯적 ‘하늘이 내린 재능’이라는 찬사를 받다가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진 꽃들이 수두룩하다. 이강인은 분명 축복 받은 케이스에 가깝다. 지금껏 잘 자랐으나 아직은 성장이 더 필요하고 따라서 더 차가운 안팎의 채찍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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