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은퇴선수협회(이하 한은회)는 지난 5일 이례적인 보도자료 하나를 배포했다. “kBO리그에서 활동 중인 현역 선수들에게 한국 야구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줄 것을 당부한다”는 내용이었다.
선수 이름을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누가봐도 삼성 라이온즈의 주장 강민호를 향한 메시지였다. 선배들은 얼마 전 나온 강민호의 황당한 플레이를 지적하며 후배들에게 한국프로야구가 위기 상황임을 다시 한 번 일깨웠다.
강민호는 3일 친정팀 롯데 자이언츠와 경기에서 보기 드문 견제사를 당하며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2루 주자로 나가 있던 상황에서 상대 유격수 신본기와 잡담을 나누다 투수의 견제에 걸려 횡사한 것. 그야말로 본헤드플레이였다.
이에 한은회는 “도저히 납득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또한 올 시즌 KBO리그의 관중·시청률이 감소하는 가운데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해야 다시 팬들을 야구장으로 불러모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은퇴선수들이 모인 단체에서 후배 선수의 플레이를 공개적으로 질타하고 나선 것이다.
프로야구가 위기라는 말이 나온 것은 지난해부터다. 2017년 840만을 돌파하며 정점을 찍은 관중 수가 지난해 807만으로 줄었기 때문. 올 시즌은 4년만에 800만 관중을 돌파하지 못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올 시즌 관중 수 감소의 이유는 다양하다. KIA 타이거즈, 삼성 라이온즈, 한화 이글스, 롯데 자이언츠 등 지방 인기구단들이 나란히 하위권에 머문 것이 치명타였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팬들은 프로야구 수준의 저하를 관중 감소 이유로 꼽기도 한다. 메이저리그 시청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팬들의 눈높이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그러나 KBO리그 경기의 질은 그에 맞춰 향상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물론 현장에서는 경기력 저하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종종 수준 미달의 플레이가 나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강민호의 견제사 역시 ‘경기력’과는 무관하지만 경기 수준을 떨어뜨리는 안일한 플레이였다.
최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사회를 열고 경기력 향상 및 팬서비스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그 결과 지명권 트레이드, 육성형 외국인 선수 제도 도입 등 의미있는 성과물들이 나타났다. 아직 프로야구선수협회와 합의해야 할 부분들이 있지만, KBO와 각 구단이 프로야구의 위기 상황을 피부로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떠올려보면 프로야구 인기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은 선수들이 국내외에서 보여준 수준높은 플레이가 그 이유였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올림픽 등 국제 무대에서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올리고, 대표 선수들이 리그로 돌아와 열심히 뛰는 모습에 팬들은 열광했다.
강민호뿐만이 아니다. 선배들의 당부처럼 모든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프로로서 본분을 망각하지 말고 책임감을 가져야 프로야구가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다. 냉정히 따져 지금까지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선수들의 몸값과 경기력이 정비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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