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이 보약이었다. 최근 부진으로 체력에 대한 우려를 낳았던 류현진(32·LA 다저스)이 9일을 쉬고 돌아온 뒤 ‘몬스터’의 모습을 되찾았다.
류현진은 15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플러싱의 시티 필드에서 열린 2019 메이저리그(MLB) 뉴욕 메츠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2개의 안타만 내주고 메츠 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탈삼진 6개를 잡았고, 볼넷은 하나도 내주지 않았다.
최근 4경기에서의 부진을 말끔히 씻는 호투였다.
지난달 12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해 승리 투수가 됐을 당시 류현진의 성적은 12승 2패 평균자책점 1.45였다. 시즌 후반기에 접어들고도 1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며 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의 선두 주자로 거론됐다.
하지만 류현진은 이후 4경기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악몽의 8월’이었다. 지난달 18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부터 이달 5일 콜로라도 로키스전까지 4경기에서 승리없이 3패만 떠안았다. 4경기에서 19이닝을 던지며 무려 21실점했고, 1.45였던 류현진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2.45까지 치솟았다.
8월18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에서 5⅔이닝 동안 홈런 두 방을 포함해 6개의 안타를 맞고 4실점했다. 지난달 24일 뉴욕 양키스와의 홈경기에서도 4⅓이닝 동안 홈런 세 방을 얻어맞는 등 9피안타 7실점으로 흔들렸다. 8월30일 애리조나와의 원정경기에서도 4⅔이닝 10피안타 7실점으로 부진했다.
현지 언론은 류현진의 잇단 부진 원인을 ‘체력’에서 찾았다. 류현진은 8월까지 157⅓이닝을 던졌다. 2013년 192이닝, 2014년 152이닝을 소화한 이후 가장 많은 이닝이었다.
하지만 류현진은 체력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도 류현진의 의견에 동조하면서 류현진에 추가 휴식을 주지 않고 5일 콜로라도전 선발로 투입했다.
류현진은 지난 5일 콜로라도와의 홈경기를 앞두고는 이례적으로 불펜 투구를 하며 절치부심했다. 그럼에도 4⅓이닝 동안 6피안타 5탈삼진 4볼넷 3실점에 그쳤다.
류현진은 체력 우려에 고개를 저었지만, 부진했던 경기를 살펴보면 이닝이 지날수록 장타를 많이 맞았다.
지난달 18일 애틀랜타전에서 3회말 2루타 두 방을 얻어맞은 류현진은 6회말 연속 타자 홈런을 얻어맞았다. 24일 양키스전에서는 3회초 홈런 두 방을 허용한 뒤 5회초 만루포까지 헌납했다. 30일 애리조나전에서는 3회까지 무실점 투구를 하다가 4, 5회말 집중타를 허용하며 각각 4점, 3점씩을 내줬다.
5일 콜로라도전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3회까지 무실점으로 잘 버티다가 4회초 볼넷 2개와 2루타 한 방, 안타 1개를 허용하며 2실점했고, 5회초에도 연속 3안타를 맞고 점수를 더 내줬다.
뿐만 아니라 투구 밸런스도 흔들린 모습이었다. 류현진도 투구 밸런스가 좋지 않다는 것을 인정했다.
결국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에 휴식을 주기로 결정하고 선발 로테이션을 한 차례 거르도록 했다.
휴식을 취하는 동안 류현진은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듯 회색으로 머리를 염색했다. 또 지난 11일 불펜 투구를 하며 흔들렸던 투구 밸런스도 조정했다.
9일을 쉬고 돌아온 류현진은 8월 이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7이닝을 소화하면서 체력을 완전히 회복한 모습을 자랑했다.
포심 패스트볼에 힘이 있었다. 7회에도 구속이 떨어지지 않았다. 7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항에서 윌슨 라모스를 상대하며 시속 92마일(약 148.1㎞), 시속 91.8마일의 포심 패스트볼을 연신 뿌렸다. 3회말 제이콥 디그롬을 상대할 때에는 포심 패스트볼 구속이 시속 93.2마일까지 나왔다.
무너졌던 투구 밸런스가 잡히면서 예전과 같은 ‘칼날 제구’를 선보였다. 주무기 체인지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메츠 타자들은 류현진의 체인지업에 헛손질을 하거나 건드렸다가 땅볼로 물러났다.
결과적으로 9일이라는 시간은 류현진이 체력을 충전하는 한편 재정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승리 투수가 되지 못했지만, 류현진은 이날 호투로 평균자책점도 2.45에서 2.35로 끌어내렸다.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경쟁에서도 다시 힘을 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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