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2·LA 다저스)이 추석 연휴를 맞은 고국의 팬들에게 뉴욕에서 큰 절을 올렸다. 15일(한국시간) 시티필드에서 열린 뉴욕 메츠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해 7이닝 3안타 무4사구 6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사이영상 경쟁자인 메츠 선발 제이콥 디그롬도 7이닝 3안타 1사구 8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두 투수 모두 승리와는 무관했고, 8회말 대타 라제이 데이비스가 3타점 2루타를 터트린 메츠가 3-0으로 이겼다.
이로써 류현진은 올 시즌 27경기(168.2이닝)에서 12승5패를 유지한 채 평균자책점(ERA)만 2.45에서 2.35로 낮췄다. 메이저리그(ML) 전체 ERA 1위다. 또 8월 12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홈) 이후 34일, 5경기 만의 7이닝 이상 투구와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로 부활을 알렸다.
● ML ERA 1위-NL 삼진 1위의 명품투수전
류현진과 디그롬 모두 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 유력 후보다. 류현진이 지난 4경기에서 3패, ERA 9.95로 크게 흔들리면서 사이영상 판도가 혼전양상으로 급변한 결과다. 류현진은 ML ERA 1위, 디그롬은 NL 삼진 1위로 이날 맞대결을 펼쳤다.
디그롬은 시속 100마일(161㎞) 가까운 광속구를 던지는 파이어볼러다. 체인지업마저 92마일(148㎞)에 이를 정도로 강력한 구위를 뽐냈다. 류현진의 직구만큼이나 빠르다. 자신의 장기를 살려 다저스 타선을 힘으로 압도했다. 2회(1안타 1사구)와 7회(2안타)를 제외한 5이닝은 삼자범퇴로 막았다. 다저스가 아끼는 신인 내야수 개빈 럭스는 3연타석 삼진의 수모를 맛봤다.
류현진은 이에 맞서 커맨드와 두뇌피칭으로 메츠 타선을 농락했다. 출루 허용은 2회 2사 후 로빈슨 카노, 3회 2사 후 아메드 로사리오에게 맞은 좌전안타 2개뿐이었다. 역시 5이닝을 삼자범퇴로 요리했다. 6월 17일 시카고 컵스전(홈) 이후 첫 무4사구 피칭이다. 그 덕에 디그롬(101구)보다 적은 90구로 7이닝을 마칠 수 있었다.
ML 홈런 1위 피트 알로소를 3타수 무안타로 꽁꽁 묶은 것도 주효했다. 7회 1사 후 3번째 타석 볼카운트 2B-2S서 류현진이 던진 5구째 시속 147㎞ 투심패스트볼에 알론소는 눈만 깜빡인 채 삼진을 당했다.
● 보약된 휴식, 체인지업·포심 위력 떨쳐
류현진은 5일 콜로라도 로키스전(홈·4.1이닝 6안타 3실점) 이후 열흘 만에 등판했다. ML에 데뷔한 2013년(192이닝) 이후 6년 만에 다시 규정이닝을 채우는 투구로 피로가 쌓인 탓인지 8월 12일 애리조나전에서 시즌 12승을 찍은 뒤로는 4경기 연속 고전했다. 직전 3경기 동안은 거듭해서 5회 이전 조기강판으로 불안감을 드리웠다.
심기일전의 의미로 머리카락을 회색으로 염색한 류현진은 초반부터 메츠 타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승부했다. 파워히터들이 즐비했지만 1회부터 포심패스트볼을 찔렀다. 한층 예리해진 주무기 체인지업도 7회까지 요긴하게 활용했다. 가장 많이 던진 구종이 포심패스트볼(31개), 그 다음이 체인지업(28개)이다. 삼진은 체인지업 2개, 커터 2개, 투심패스트볼 1개, 슬라이더 1개로 낚았다. 타순이 한 바퀴 돌고나면 어려움을 겪던 최근의 아쉬운 패턴을 되풀이하지 않았다. 휴식이 류현진을 일으켜 세운 보약인 듯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