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로 아침저녁 날씨가 제법 선선해졌지만 충남 부여의 카누경기장은 16일 한낮 최고 기온이 섭씨 29도에 이르렀다. 가을장마가 걷혀 햇살도 제법 따가웠다. 태극마크를 달고 최근 헝가리 세계카누선수권에 참가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한 조광희(26·울산시청)는 이날도 자신의 고향이자 대표팀 훈련지이기도 한 부여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내년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카누 사상 첫 메달을 획득하기 위해선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사실 조광희는 한국 카누 사상 처음으로 ‘아시아경기 2연패’(남자 카약 1인승 200m)에 성공한 국내 카누의 ‘톱스타’다.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조광희가 처음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1986년 한강조정카누경기장이 생긴 이래 처음으로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그런 조광희를 두고 카누계에서는 ‘마린보이’ 박태환과 축구 월드스타 손흥민에게 빗대 ‘카누 박태환’, ‘카누 손흥민’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아시아란 ‘우물’에서만 통하는 수식어다. 조광희는 주 종목인 카약 1인승 200m에서 한국인 최초의 올림픽 메달도 가능하다는 평가에 부응하기 위해 연일 노를 젓고 있다. 이번 세계선수권에서도 아시아 선수론 1위를 했지만 파이널A 진출에는 실패(전체 15위)해 절치부심의 시간이 필요하다.
조광희가 하고 있는 카누의 여러 세부종목 중 하나인 ‘카약’은 노 양쪽에 날이 달려 있어 좌우로 쉬지 않고 노를 저으며 속도경쟁을 벌이는 종목이다. 결승점 근처에서는 선수들조차 머리가 ‘핑 돈다’고 표현할 정도로 상당한 체력을 요한다. 제한된 시간 안에 물 위에서 상체의 힘을 쥐어짜는 운동이라 체구가 크고 근육이 발달할수록 유리하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체구가 큰 서양 선수들의 전유물로 꼽히기도 한다.
조광희의 키는 183cm로 서양 상위권 선수들에 비해 5cm가량 작다. 하지만 근육질로 다져진 95kg의 단단한 몸은 이들에게 밀리지 않는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육상 선수로 피 말리는 순위경쟁을 해와 승부욕 또한 남다르다. 그는 “어릴 때부터 지는 게 제일 억울했다. (카누 강국인 포르투갈 등) 유럽 등에서 유럽의 실력 있는 선수들과 훈련하고 부딪히면서 해법을 찾고 있다”며 이를 악다물었다.
조광희에게는 두 번째 출전인 내년 올림픽이 메달을 획득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다. 처음 출전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는 파이널A 진출에 실패하고 파이널B에서 4위(최종 12위)를 기록했다. 처음이라 제대로 실력 발휘를 못했지만 이번엔 달라야 한다. 아시아경기 등에서 실력과 경험을 쌓았다. 조광희가 ‘한국 최초’의 타이틀을 획득한다면 카누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도 달라질 수 있다. 조광희는 “스포트라이트 욕심은 없지만 좀 더 많은 분들이 카누에 대한 관심을 높일 계기는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올림픽을 향한 1차 관문은 내년 3월 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 개인 종목 1위 선수에게는 올림픽 출전권이 주어진다. 조광희가 아시아라는 우물에서 나와 올림픽 무대에서 세계적인 선수로 거듭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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