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를 잡고 처음 1군 무대에 선 2016시즌부터 꾸준히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지만, 여전히 수비에는 물음표가 붙어있었다. 한 번의 실수가 대량실점으로 이어질 외야 수비는 타구 판단과 첫발 스타트 등 갖춰야 할 요소가 많아 단기간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이형종은 팀 사정에 따라 외야 3개 포지션(좌익수~중견수~우익수)을 모두 소화해야 하는 만큼 누구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넓은 수비범위가 필요한 중견수, 휘는 타구에 대비해야 하는 좌익수와 우익수를 모두 소화할 수 있다면 그만큼 활용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지금의 이형종은 확실히 수비에서 믿음을 주는 선수가 됐다. 올 시즌 좌익수(272이닝)와 우익수(265이닝), 중견수(164.1이닝)를 골고루 소화한 것이 그 증거다. 이는 외야 어느 위치에 이형종을 배치해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믿음이 동반된 결과다. 이형종도 “유지현, 김호 코치님께서 마음을 편안하게 먹고 수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며 “사실 위치 변동이 많으면 불안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지만 어디서든 편안하게 뛸 수 있게 많은 조언을 해주셨다. 나뿐만 아니라 선수들 모두 자신 있게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스스로 불안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경험을 통해 큰 자신감을 얻었다. 야수로 처음 1군 무대에 섰던 2016시즌과 3년 뒤인 올해 가장 큰 차이가 무엇인지 물었다. 이형종은 “처음에는 100으로 따지면 자신감은 10 정도였고, 90이 떨렸다. 지난해에는 자신감 60에 불안감이 40이었는데, 지금은 (3년 전의) 10과 90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만큼 여유가 생겼다. 하루하루 경기를 뛰며 경험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다. 수비 위치는 시야가 바뀌면서 어려워지는 부분이 있지만, 경기 전 훈련 때 모든 위치에서 서서 최소 한두 개씩 타구를 보는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올 시즌 타격 성적도 준수하다. 112경기에서 타율 0.293(393타수115안타), 13홈런, 61타점, 출루율 0.364를 기록하며 타선의 든든한 한 축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족하지 않는다. 잦은 수비위치 이동에 대한 생각을 묻자 “솔직히 한자리만 보는 게 편할 수는 있지만, 나는 아직 그 정도의 선수가 아니다. 한자리에 고정될 수 있는 실력이 부족하다”고 했다. 업그레이드를 위한 노력을 쉬지 않겠다는 의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