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주 고진영은 루키 시절 초고속 우승 신고
-156번째 도전 끝에 우승한 박소연은 눈물 펑펑
-오랜 무관에도 10년 개근 희망가 김초희 안송이 박주영
천재 소녀 골퍼로 이름을 날린 김효주(24·롯데)는 진기한 기록 하나를 갖고 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정회원이 된 뒤 역대 최단 기간 챔피언에 올랐다. 고교 시절 이미 아마추어 신분으로 프로 대회 우승을 경험한 그는 2012년 12월 현대차 차이니스 레이디 오픈 챔피언에서 정상에 오르며 새 이정표를 세웠다. LPGA투어 입회 후 불과 2개월 11일 만에 위너스 클럽에 가입했다. 2개 대회 만에 우승컵에 입을 맞췄다.
김효주와 가까운 동갑내기인 고진영(하이트진로)은 한 술 더 떴다.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호주여자오픈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며 1951년 이스턴오픈의 베벌리 핸슨(미국) 이후 사상 두 번째로 공식 데뷔전 우승자가 됐다. 이번 시즌 KLPGA투어에는 신인 챔피언이 쏟아지고 있다. 아직 시즌이 두 달 가까이 남았는데 이미 루키 우승자는 6명으로 역대 최다. 종전 기록인 2005년 5승을 넘어섰다.
이와 달리 오랜 기다림 끝에 그토록 원하던 순간을 맞은 ‘인동초’도 있다. 박소연은 올해 5월 KPLPGA투어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에서 무려 167번째 도전 끝에 정상에 섰다. 첫 승을 거둘 때까지 소요된 최장 대회 출전 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윤채영이 2014년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156번째 대회 만에 우승한 적이 있다.
2013년 KLPGA투어 정회원이 된 박소연은 우승하기 전까지 7년 동안 준우승만 6번 했을 뿐 무관에 시달렸다. 승리를 결정지은 직후 그는 눈물을 펑펑 쏟기도 했다. 우승 소감으로 박소연은 “준우승을 아쉽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다른 선수들이 더 잘 쳐서 우승한 것이라 결과에 만족하며 늘 다음을 준비했을 뿐이다”고 말했다. 미래를 향한 긍정적인 태도가 기어이 우승이라는 값진 결과로 이끌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김초희(27)는 이번 시즌까지 10년째 꼬박 KLPGA투어 필드를 지키고 있다. 지난주까지 통산 236개 대회를 치르는 동안 아직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현재 KL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선수 가운데 우승 없이 가장 많은 대회를 소화한 선수다. 김초희는 준우승을 기록한 적도 없다.
김초희 다음으로는 안송이(29)가 230개 대회에 출전해 아직 우승을 신고하지 못했다. 뒤를 이어 198개 대회에 나선 박주영(29)이 있다. 안송이는 3차례 준우승을 기록했으며, 박주영은 2차례 준우승한 바 있다.
무관 갈증이 심할 것 같지만 시선을 바다 건너로 돌리면 실망하기는 이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캐롤린 힐은 1994년 맥콜 클래식에서 359개 대회 동안 우승이 없다 감격스러운 첫 승을 따냈다. LPGA투어 최다 기록이다. 신디 피그 쿠리어는 1997년 스테이트 팜 레일 클래식에서 313개 무관 레이스를 끊고 정상에 골인하기도 했다. 2008년 코닝클래식에서 장정을 꺾고 우승한 리타 린들리는 당시 두 아이를 둔 엄마 골퍼였다. 13시즌 동안 295개 대회에서 우승이 없었어도 골프를 포기하지 않은 그는 마침내 첫 승을 거둔 뒤 두 아이와 기쁨을 나누기도 했다.
김초희, 안송이, 박주영은 모두 2010년 KLPGA투어 데뷔 동기로 10년째 꼬박 필드를 지키고 있는 꾸준함의 대명사다. 누군가는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이라고 한다. 특히 정글에 비유되는 스포츠 현장에서 오랜 세월 우승이 없다는 건 주위 뿐 아니라 선수 본인에게도 큰 핸디캡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해마다 유망주가 쏟아지고, 강자들이 즐비해 그 어느 무대보다 경쟁이 치열하다는 KLPGA투어에서 강산이 한번 변한다는 10년 동안 계속해서 출전권을 지키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박수 받기에 충분해 보인다. 안송이는 통산 상금만도 14억 원이 넘으며 박주영도 12억 원을 돌파했다. 김초희도 9억7000만 원으로 10억 원 고지를 바라보고 있다.
김초희와 안송이, 박주영은 27일 엘리시안 강촌골프장에서 개막하는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에 나란히 출전한다. 저마다 가슴 속에 첫 승의 꿈을 간직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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