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전 전격 취소로)답답하고 속상한 사람들이 한두 명이겠는가. 허탈하고 어이없다. 아무리 그래도 김학범 감독님의 쓰린 마음과는 비교할 수 없을 것 같다.”
지난 6일 파주NFC에서 만난 대표팀 관계자의 한숨이다. 이날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U-22 축구 대표팀은 파주에서 인천대를 상대로 연습경기를 가졌다. 갑작스런 일정 변경이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대표팀은 그 시간에 제주도에서 시리아 U-22대표팀과 정식 평가전을 가졌어야했다. 사흘 뒤인 9월9일에도 시리아와 2차전이 잡혀 있었다. 그런데 날벼락이 떨어졌다.
축구협회는 경기를 이틀 앞둔 9월4일 시리아 U-22 대표팀과의 2연전이 모두 취소됐다고 급히 알렸다. 시리아 선수들의 여권 준비 미비라는 어이없는 상황 발생과 함께 아예 없던 일이 됐다. 귀한 담금질 시간을 날린 김학범 감독은 답답했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는 김학범호 입장에서 당시 평가전은 일종의 첫 출발 같은 지점이었다. 일단 본선티켓을 따야하는데 그 예선을 겸하는 대회가 내년 1월 태국에서 열리는 2020 AFC U-23 챔피언십이다.
그 대회를 바라보는 김 감독은 A매치 기간이던 9월초를 이용, 다양한 선수들을 제주도로 호출했다. 준우승 쾌거를 이룩한 U-20 월드컵 참가선수들도 다수 포함됐고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는 정우영도 먼 걸음 했다. 훈련을 통해 옥석을 가리고 두 차례 시리아와의 평가전을 통해 확인할 계획이었는데, 많은 것이 꼬였다.
대한축구협회는 부랴부랴 다음 스케줄을 준비했다. 그리고 곧바로 10월11일과 14일 두 차례 평가전을 일정을 잡았다. 상대는 해당 연령대에서 매서운 모습을 보이는 우즈베키스탄. 모의고사 상대로는 적격이라는 반응이 많았는데 일이 요상하게 됐다.
지난 26일 오후(한국시간) 태국 방콕에서 진행된 ‘2020 AFC U-23 챔피언십 조추첨’ 결과 한국은 중국과 이란 그리고 우즈베키스탄과 함께 C조에 편성됐다. 까다로운 상대들과의 조별리그를 2위 안에 마무리해야 토너먼트에 진출할 수 있다.
조편성 결과를 받아든 김학범 감독은 “10월 평가전 상대로 우즈벡을 잡았는데, 우즈벡과 같은 조에 편성됐다”고 쓴웃음을 지은 뒤 “평가전 운이 별로 없는 것 같다”는 허탈한 소감을 전했다.
2020 AFC U-23 챔피언십은 내년 1월8일 시작된다. 개막을 약 3달 앞두고 본선에서 만날 상대와 갖는 평가전은 아무래도 계산이 복잡하다. 우리 것을 다 보여주는 것도 께름칙하고 같은 관점에서 상대의 전력을 온전히 믿을 수도 없는 일이다. 우리 것을 테스트하기도, 상대를 파악하기에도 모두 조심스럽다.
김 감독은 “어차피 (서로가 가지고 있는)패는 현지에 가면 다 공개된다. 미리 오픈해보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준비할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으나 사실 답답한 상황이 됐다. 가급적 본선까지 ‘패’를 감추고 있는 게 이로운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황당하게 취소된 평가전에 이어 본선에서 만날 팀과의 공교로운 2연전까지, 도쿄로 가는 길이 시작부터 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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