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처음이라…” KT 구단 사상 첫 토종 10승 달성한 배제성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27일 16시 52분



“살면서 처음이라(웃음)….”

26일 수원에서 만난 프로야구 KT 투수 배제성(23)은 ‘처음’이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다. 고3 시절 팔꿈치 수술로 쉬어 프로진출은 생각지도 못했던 그는 2015년 88순위(2차 9라운드 롯데 지명)로 프로에 ‘턱걸이’한 뒤 2017년 KT로 둥지를 옮겨 올해 최고 시즌을 보냈다. 10승 10패 평균자책점 3.79로 시즌을 마친 그는 KT 구단 사상 첫 10승을 거둔 토종 투수가 됐다.

롯데를 상대로 시즌 10승째를 거두던 날(20일)엔 초중고 선수생활 통틀어 첫 완봉투구를 해봤다. 잠재력을 터뜨리며 마운드 한 축을 든든히 지켜준 배제성 덕에 꼴찌 이미지가 강했던 KT(6위)는 올 시즌 처음 시즌 막판까지 NC와 ‘쫄깃한’ 가을야구 경쟁을 하며 내년을 더 기대케 했다.

“(20일) 경기 전부터 (황)재균이 형이 ‘제성이 이기게 해주자’면서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어려운 타구도 잘 잡아줬어요. 승리는 저만 잘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닌 걸 잘 알아요. 동료들, 그리고 팀에 감사해요.”


감사. 이 단어는 평소 배제성의 행동 하나 하나에 녹아있다. 팀 관계자에 따르면 배제성은 등판 날마다 경기 후 코칭스태프부터 전력분석 팀 등 도움을 준 모든 사람을 찾아다니며 일일이 인사하느라 바쁘다. 키움을 맞아 시즌 6승째를 달성했던 지난달 20일 처음으로 수훈선수상을 받은 그는 “(배터리 호흡을 맞춘) 성우 형이 더 고생했다”며 받은 상금을 전달하려 해 장성우가 사양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10승 달성 후 돌아온 첫 월급날이던 25일 배제성은 가장 먼저 동료들에게 피자 20판을 돌렸다. 배제성은 “고마운 분들 언급하려면 밤을 새도 모자라다. 그 은혜 잊지 않고 반짝하는 선수가 아닌 꾸준히 잘 하는 선수가 되겠다”며 씩 웃는다.

11월 프리미어 12를 앞두고 국가대표 선발 얘기도 솔솔 나온다. 190cm의 장신에 150km의 빠른 볼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배제성은 올 시즌 선발, 구원을 두루 경험해 쓰임새가 많다. 대표팀 예비엔트리 60명에 이름을 올린 배제성은 “나보다 뛰어난 선수들이 많다”라면서도 “태극마크도 ‘살면서 처음’이라 내게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평소처럼 공 하나하나 허투루 던지지 않을 것”이라며 눈빛을 밝혔다.

수원=김배중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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