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한 선수는 워싱턴 세네터스(현 미네소타)의 전설적인 투수 월터 존슨으로 1.49이다. 존슨은 1946년 5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기록은 영원히 남아있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에서는 1876시즌 기록까지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의 역사에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2·LA 다저스)의 이름도 영원히 기록될 전망이다.
류현진은 29일 샌프란시스코 방문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무실점 호투하며 시즌 평균자책점 2.32를 기록해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타이틀을 사실상 확정했다. 2위 뉴욕 메츠의 제이콥 디그롬(2.43)이 이번 시즌 마지막 선발 등판 경기를 이미 치렀기 때문이다. 아시아 출신 투수가 평균자책점 타이틀을 획득한 것은 류현진이 처음이다. 일본의 노모 히데오가 1995년 세운 아시아 투수 최저 평균자책점(2.54) 기록도 24년 만에 새로 썼다.
다저스가 2-0으로 승리하며 시즌 14승(5패)째를 거둔 류현진은 이날 97구를 던진 가운데 안타는 5개만 허용했고 삼진은 7개 잡았다. 자신을 의식해 전원 우타자로 타선을 꾸린 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 1회부터 4회 1사까지 10타자 연속 범타 처리하며 경기 초반부터 압도적인 투구를 펼쳤다. 4회와 5회 득점권 위기가 있었지만 뜬공과 땅볼을 유도하며 넘겼다. 류현진은 7회 2사에서 조이 리커드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시즌 피날레를 장식했다. 리커드에 던진 마지막 공은 이번 시즌 그가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했던 체인지업이었다.
23일 콜로라도전 등판에서 메이저리그 데뷔 첫 홈런을 뽑아내며 ‘베이브 류’라는 별명을 얻은 류현진은 이날 결승점을 뽑아내며 타석에서도 맹활약했다. 0-0으로 맞선 5회 2사 3루에서 상대 선발 로건 웹의 149km 직구를 잡아당겨 선제 적시타를 쳤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서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시즌 개막 당시 부상으로 빠진 클레이턴 커쇼를 대신해 애리조나와의 개막전에 선발 등판했다. 개막전 선발 등판은 ‘에이스’의 상징이다. 5월 8일 애틀랜타전 개인 통산 두 번째 메이저리그 완봉승을 거뒀다. 5월 한 달간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59로 호투한 그는 데뷔 후 처음으로 ‘이 달의 투수’에 선정되기도 했다. 7월 10일 한국인 선수로서는 최초로 올스타전에 선발 투수로 등판했다. 8월 4경기 연속 부진에 빠지며 주춤했지만 9월 마지막 세 차례 등판에서 모두 7이닝씩을 소화하며 자책으로 3점만을 내줘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류현진은 “이번 시즌 건강하게 30경기 정도 선발 등판하고 싶었는데 29번 등판해 목표를 이뤘다. 평균자책점 1위는 기대하지 않은 깜짝 선물이다”라고 말했다.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에 관한 질문에는 “디그롬이 받을 만하다. 그가 탈삼진과 투구 이닝에서 좋은 결과를 냈다”고 답해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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