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O 배수진’ 류현진, ML ERA 1위 피날레…亞 최초 위업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9월 29일 16시 43분


류현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류현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완벽한 피날레였다. ‘괴물’ 류현진(32·LA 다저스)이 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2019 메이저리그(ML)’ 전체 평균자책점(ERA) 1위를 확정했다. 한국 선수 최초로 ML 타이틀 홀더가 되는 동시에 아시아 투수 중 처음으로 ERA 1위에 등극했다.

류현진은 29일(한국시간)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 7이닝 5안타 무4사구 7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다저스는 류현진의 호투에 힘입어 2-0으로 승리했다. 5회 2사 3루에서 류현진이 때린 적시타가 이날의 선제 결승점이었다. 공수 모두에서 류현진이 주인공이었다.

이로써 류현진은 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2013~2014년 연이어 기록한 개인 최다 타이인 14승(5패)째를 챙겼다. 아울러 시즌 ERA를 2.32까지 낮추며 이 부문 ML 1위도 확정지었다. 이 부문 2위 제이콥 디그롬(뉴욕 메츠·2.43)과 격차는 0.11. 류현진으로서는 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을 향한 마지막 희망을 살린 쾌투였다. 이닝, 탈삼진 등 다른 지표에서 디그롬이 앞선 것은 분명하지만 ERA 1위 타이틀도 쉽사리 외면하긴 어렵다.

5월 20일 신시내티전(7이닝 무실점)부터 한 번도 ML 전체 ERA 선두를 놓치지 않은, 완벽한 한 해였다. 고비는 있었다. 류현진은 8월 18일 애틀랜타전부터 30일 애리조나전까지 3경기에서 14.2이닝 18실점으로 고전했다. 프로 데뷔 후 최악의 한 달이었다. 1.45까지 떨어졌던 ERA는 세 경기 만에 2.35까지 올랐다. 하지만 9월부터 평정을 찾았다. 주무기 체인지업이 살아나자 다시 위력을 뽐내기 시작했다.

올해 류현진은 한국은 물론 아시아 야구에도 선명한 발자취를 남겼다. 한국 선수가 ML에서 타이틀 1위에 오른 것은 투타 합쳐 이번이 처음이다. 2000년 박찬호(당시 다저스)가 217탈삼진으로 이 부문 NL 2위·ML 3위에 오른 게 가장 근접했던 순간이다. 아울러 아시아 투수 최초의 ERA 1위 수상이다. 탈삼진 부문에서 노모 히데오(1995·2001)가 두 차례, 2013년 다르빗슈 유(텍사스)가 타이틀을 따낸 바 있지만, ERA 부문 수상은 요원했다. 1995년 노모가 ERA 2.54로 전체 3위에 오른 바 있는데 류현진이 새 역사를 썼다.

‘배수의 진’이 통했기 때문에 더욱 극적인 시즌이었다. 류현진은 지난 시즌 종료 후 생애 첫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었지만 다저스의 퀄리파잉 오퍼(QO)를 수락했다. 사실상 ‘FA 재수’를 택한 것이다. 지난해 15경기에서 14승5패, ERA 1.97을 기록했지만 차가운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대형 계약은 쉽지 않았다. 결국 한 발 물러난 류현진은 포스트시즌 활약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올 시즌 종료 후 ‘대박’을 예고했다. ‘메이드 인 코리아’ 괴물의 힘은 야구의 본고장에서도 통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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