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한화는 9위로 쳐져 가을야구는 좌절됐지만 창단 첫 외국인투수 동반 10승 달성이라는 의미 있는 기록을 세웠다. 1998년 KBO리그에 처음 외국인이 발을 들인 뒤 21년 만의 일. NC, KT 등 역사가 짧은 구단까지 포함해 가장 늦게 달성한 기록이다. 막내구단 KT도 한화보다 20여일 빨랐다.
외국인 타자만큼은 누굴 뽑아도 평균 이상 몫을 했지만 투수는 대부분 ‘평균 이하’였다. 두산, KIA에는 숱하게 외국인 15승 이상 투수가 쏟아졌지만 한화에는 10승 이상 외국인 투수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타자와 투수의 정반대 성적표에 과거 한화 관계자들도 “잘 모르겠다”며 답답해했다.
스카우트팀에 따르면 그간 외국인 선발 방침은 크게 다르지 않다.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투수 △적응력 △간절함 등. 타 팀의 외국인 선발 방침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간도, 비야누에바 등 직전시즌 메이저리그(MLB)에서 활약하던 투수들을 이식해왔지만 마운드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한화에서 고전한 뒤 짐을 싼 외국인이 오히려 빅리그에서 잘 풀려 한화는 ‘MLB 사관학교’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한용덕 감독 부임 이후 이 같은 기류는 달라지고 있다. 지난시즌 샘슨이 한화 외국인 최다인 13승을 달성한 뒤, 올 시즌 서폴드가 12승(11패 평균자책점 3.51)을 달성했고 서폴드의 뒤를 이은 2선발로 영입한 채드벨마저 11승(9패 평균자책점 3.41)에 이름을 올렸다.
두 투수들도 그간 선발한 외국인들과 자질이나 기대치 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올 시즌 전 한화가 샘슨과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서폴드를 영입할 때 팬들의 반발이 적지 않았던 이유도 서폴드가 ‘특급’까진 아니었기 때문이다. 두 투수들이 시즌 중반 잠시 부진에 빠졌을 때 “그럼 그렇지”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온갖 우려를 뚫고 서폴드, 채드벨 두 투수는 ‘동반 10승’이라는 한화에 전무했던 이정표를 세웠다.
이런 상황에서 한화가 두 투수를 두고 내년시즌 재계약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는, ‘호강에 겨운’ 소리를 하는 건 외국인투수 선발에서 어느 정도 얻은 자신감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공격력 부문에서 다소 답답한 모습이 있지만 ‘수비 위주’ 라인업에서 붙박이로 자리매김한 선수들이 투수들의 기를 살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모습이 이어진다면 같은 조건의 어떤 외국인이 와도 제 몫을 해낼 수 있을 거라는 게 ‘답을 찾은’ 한화의 시각이다.
서폴드, 채드벨 조합이 부족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올 시즌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 두 투수들은 KBO리그에 맞춰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려는 의지가 과거 어느 투수들보다 강했다는 게 한화 관계자의 전언이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나아진 모습을 보여 온 두 투수가 부상이 없다면 내년시즌 더 위력적인 모습을 보일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가을야구는 좌절됐지만 의미 있는 해답을 ‘하나 더’ 찾은 한화가 내년시즌 팀을 잘 꾸려 다시 날아오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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