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처음으로 A대표팀에 발탁돼 경기 출전 없이 형님들과 훈련을 진행하며 ‘국대의 맛’을 보았던 이강인은 U-20 월드컵 참가로 6월 일정을 건너뛰었다가 9월에 다시 벤투호에 합류했다. 두 번째 소집 기간 중 이강인은 조지아와의 평가전 때 필드를 밟아 A매치 데뷔전까지 소화했다. 그리고 벤투 감독은 스리랑카(10일), 북한(15일)으로 이어지는 카타르 월드컵 2차예선 2연전을 준비하는 명단에 이강인의 이름을 다시 넣었다.
벤투 감독은 지난달 30일 10월 2연전 명단을 발표하며 “이강인은 상당히 기술이 좋고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칭찬했다. “장점이 많으나 수비력을 비롯해 보완해야할 것들이 있다”고 짚기도 했으나 곧바로 “이런 부분은 대표팀에서 함께하면서 도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금씩 뿌리를 내리는 모양새다.
지난해 여름 한국 축구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벤투 감독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오는 2022년 카타르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이다. 부임 후 1년여 시간 동안 다양한 선수들을 호출해 실험을 진행해온 벤투 감독은 2차 예선의 시작이던 지난 9월부터 베스트 전력을 구축해 실전에 임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고위 관계자는 “이제 벤투 감독이 구상하는 틀이 어느 정도 완성됐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면서 “상황에 따라 몇 자리의 변화는 있겠으나 기본 골격은 갖춰졌다”는 말로 이제 테스트는 마무리됐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10월 2연전 명단에 ‘벤투 감독의 원조 황태자’ 남태희가 부상을 털고 복귀하며 더더욱 ‘정예멤버’ 모양새가 갖춰지는 와중 이강인이 계속 발탁되고 있는 것은 주목할 일이다.
카타르 월드컵 본선은 2022년에 열린다. 앞으로 3년 뒤의 일이다. 넉넉하게 볼만큼 길게 남은 것은 아니나 그렇다고 ‘당장’에 시선을 맞출 것은 아니다. 따라서 ‘보완이 필요한 현재 18세 이강인’에 집중하기 보다는 대표팀에서 도움을 주면서 더 성장할 유망주에 집중하고 있는 벤투 감독의 선택은 현명해 보인다.
한 축구 관계자는 “최근 수년 간 대표팀의 화두는 ‘손흥민 활용법’이었다. 대표팀 에이스인 손흥민을 어떤 위치에 세우는 게 효과적인지, 또 어떤 선수들과 짝을 이룰 때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가 감독들의 가장 큰 고민이었다. 슈틸리케 감독도, 신태용 감독도 지금 벤투 감독도 마찬가지”라고 말한 뒤 “하지만 앞으로는 ‘이강인 활용법’이 못지않은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이어 “이강인을 특별 대우해야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U-20 월드컵을 통해 지켜봤듯 흔치 않은 재능을 갖췄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라면서 “3년 후에는 이강인도 더 이상 ‘유망주’가 아닐 나이다. 벤투 감독 역시 중장기 안목으로 이 선수의 활용가치를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느덧 월드컵 본선 10회 연속 출전을 노리고 있을 만큼 대회 ‘단골손님’이 된 한국 축구지만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때까지도 팀 운영은 주먹구구에 가까웠다.
대회가 임박해서 감독이 바뀌는 일이 잦았고 당장의 결과가 목말라 현재만 생각하는 선수 조합으로 팀을 급조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이런 과정으로 본선에서의 좋은 성적을 바랐으니 욕심이었다. 달라져야한다.
대한축구협회의 방침은 중간에 어떤 현상들이 벌어지더라도 벤투 감독에게 2022 카타르 월드컵을 맡긴다는 것이다. 이 3년 로드맵은 지켜져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벤투 감독이 이강인을 포함해 이재익(20) 백승호(22) 이동경(22) 등 미래 자원들을 가미시키고 있는 모습은 꽤 적절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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