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다리도 두들기며 다시 뛰는 벤투호…약체도 없고 고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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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0월 7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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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욱, 이강인 등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7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훈련하고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오는 10일 화성에서 스리랑카, 15일 평양에서 북한과의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을 치른다. © News1
김신욱, 이강인 등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7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훈련하고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오는 10일 화성에서 스리랑카, 15일 평양에서 북한과의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을 치른다. © News1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던 7일의 기온은 근래 며칠과 사뭇 달랐다. 당장 전날에만 해도 반팔 차림으로 서울 시내를 누비는 나들이객을 볼 수 있었는데 외투 없이는 감기를 부를 날씨가 됐다. 아무래도 위치상 파주는 서울보다 더 쌀쌀했다. 그러나 오랜만에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모여 북적였던 파주NFC는 후끈했다. 선의의 경쟁이 다시 시작됐다.

오는 10일 화성에서 스리랑카와, 15일에는 평양에서 북한과 2022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H조 조별리그 2, 3차전을 치르는 축구대표팀이 7일 오후 파주NFC에 소집됐다. 투르크메니스탄과의 원정 1차전에서 2-0 승리를 거둔 한국으로서는 연승으로 이어가야할 일정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10월 2연전을 준비하기 위해 총 25명을 호출했다. 에이스 손흥민을 비롯해 황의조, 황인범, 황희찬, 김영권, 김민재 등 핵심 자원들이 총출동했고 여기에 이강인, 이재익 등 젊은 피가 가미됐다. 소속팀 일정으로 인해 이재성과 황인범만 8일에 합류하며 그 외 23명은 차질 없이 파주에 모였다. 부상자도 딱히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여름 부임한 벤투 감독이 1년 이상 팀을 이끌어오면서 어느 정도 틀이 잡혔다는 게 안팎의 중론이다. 하지만 ‘붙박이’라고 말할 수 있는 선수는 자타공인 에이스 손흥민과 최전방 공격수로 뿌리내린 황의조, 수비라인의 핵 김민재 등 몇몇을 제외하고는 또 없다. 게다 이번에는 11개월 만에 합류한 ‘벤투의 남자’ 남태희도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9월에 이어 다시 호출된 김신욱의 의욕도 뜨겁다.

벤투 감독은 이날 “여기 모인 25명은, 각기 다른 이유로 팀에 필요하다고 판단된 선수들이다. 하지만 25명 전원이 자신들이 만족할만한 출전시간을 부여받을 수는 없다”고 말한 뒤 “선수들을 잘 파악하는 것은 우리(코칭스태프)의 몫이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지켜보면서 결정하겠다”는 표현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는 뜻을 에둘러 전했다. 긴장의 끈이 팽팽하다.

첫날 훈련은 온전히 진행되진 않았다. 실외 훈련조와 실내 훈련조로 나뉘었다. 손흥민과 황의조를 비롯해 김진수, 조현우, 홍철, 백승호, 이재익, 정우영, 남태희, 김문환, 김승규 등은 실내에서 웨이트와 컨디션 조절에 힘썼고 다른 선수들만 야외에서 훈련했다. 대표팀 관계자는 “소집 직전 소속팀 경기 일정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전했다.

상대의 전력을 봤을 때는 크게 부담스러운 일정은 아니다. 지난 9월 발표된 FIFA 랭킹에서 한국은 37위를 차지했고 레바논이 94위, 북한 113위, 투르크메니스탄은 공동 131위였다. 심지어 스리랑카는 200위 밖(202위)에 랭크된 팀이다. 지난 5일에는 말레이시아에게 0-6으로 크게 지기도 했다. 아무리 공이 둥글다지만, 한국의 적수는 아니다.

때문에 적잖은 이들이 스리랑카전을 대수롭지 않게 건너뛰고 평양 원정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무래도 ‘낯선 땅’ 평양에서 진행될 경기는 다양한 변수가 나올 수 있어 조심스럽다. 하지만 대표팀 선수들과 감독은 ‘스리랑카전이 먼저’라고 잘라 말했다.

파울루 벤투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이 7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며 생각에 잠겨있다. © News1
파울루 벤투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이 7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며 생각에 잠겨있다. © News1
벤투 감독은 “순서상 (오늘 기준으로)3일 뒤에 열리는 경기를 생각하는 게 먼저다. 지금은 여기 모인 모든 사람들의 역량을 스리랑카전에 집중하고 있다. 그 경기를 잘 치른 뒤 북한전을 준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는 뜻을 전했다.

주장 손흥민 역시 “다들 북한과의 평양 원정만 생각하고 있는 거 같은데, 한편으로는 좀 걱정이다. 그 전에 한국에서 열리는 경기(스리랑카전)부터 잘 하고 난 뒤에 북한전을 걱정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매 경기 매 경기, 한 걸음 한 걸음 최선을 다하고 집중해야한다. 선수들에게도 이야기를 해줄 생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손흥민은 “스리랑카가 최약체라고 말하지만 경기는 해봐야한다. 강팀도 약팀에게 질 수 있는 게 축구”라면서 “그들도 원정길에 오르면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싶다는 각오를 가질 것이다. 우리는 그 이상으로 준비하고 각오해야한다.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토끼를 잡을 때도 신중함을 잃지 않는 호랑이처럼, 돌다리도 두들겨 보자는 철저함으로. 벤투호가 다시 출항을 준비하고 있다.

(파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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