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지도자들은 특정 선수에 대한 언급을 자제한다. 칭찬이든 비난이든 삼가는 게 일반적이다. 해당 선수에게도 크게 득 될 것 없고 팀 전체적으로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 예뻐도 속으로 감추고 화를 내고 싶지만 적어도 공개 석상에서는 피한다.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은 약간 다른 스타일이다. 일부러 누군가를 콕 집어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나 특정 선수에 대한 언급이 나오면 피하진 않는다. 당당하다.
부임과 동시에 벤투 감독은 기성용을 향해 “대표팀 내에서의 영향력이 무척이나 크다고 생각한다. 한국 대표팀에서 기성용은 플레이나 주장으로서만 중요한 게 아니다”라는 극찬과 함께 은퇴를 만류했다.
벤투 부임 전까지는 주목도가 떨어졌던 황인범에 대해서는 “전천후 미드필더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해도 된다. 웬만한 포지션은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선수”라고 말한 뒤 “경기의 모든 순간마다 어떻게 대비할지를 가장 잘 준비하는 선수다. 자기 역할을 너무나 잘 이해하고 있다”며 극찬했다.
종종 의외라는 생각이 들게 하던 벤투는 최근 특정 선수 이야기만 나오면 더 솔직해진다.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원조 벤투의 남자’, 시간이 좀 더 지났을 때 ‘벤투의 전술적 페르소나’라는 표현까지도 나올 수 있는 남태희가 돌아온 까닭이다.
남태희는 오는 10일 스리랑카, 15일 북한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2, 3차전을 치르는 축구대표팀에 합류해 7일 파주NFC에 입소했다. 지난해 11월 부상 이후 11개월 만의 대표팀 복귀다.
지난해 여름 축구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벤투 감독은 초창기 수비력과 중장거리 킥이 좋은 기성용-정우영 위에 공격형MF 남태희를 배치해 중원을 꾸렸다. 이전의 대표팀 감독들은 ‘남태희의 수비력이 다소 아쉽다’는 것을 떨치지 못했으나 벤투는 ‘뛰어난 공격적 재능’에 방점을 찍었다.
그렇게 탄력을 받던 테크니션 남태희는 지난해 11월 평가전 때 큰 부상을 당했고 당연히 1월 아시안컵 최종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남태희만큼 벤투도 아쉬웠다. 그 아쉬움을 지금까지도 품고 있을 정도다.
7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벤투 감독은 남태희와 관련된 질문이 나오자 환한 얼굴로 “남태희는 부상을 당하기 전 대표팀에 많은 것을 가져다 준 선수다. 부상 때문에 올해 초 아시안컵에 함께 하지 못했다는 게 지금도 아쉽다”는 속내를 끄집어냈다. 벤투 감독은 지난달 말 소집 명단을 발표할 때도 “남태희가 아시안컵에 빠진 것이 아쉽다”는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결국 남태희는, 벤투가 구상하던 플랜A의 확실한 카드였다. 따라서 11개월 만의 복귀지만 이번 2연전에서 남태희가 곧바로 출전할 가능성은 상당히 크다. 팀의 전체 구도에, 특히 2선 조합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벤투 감독은 “남태희는 전술 이해도가 높고 공간 창출능력도 뛰어나다. 오랜만에 합류했는데, 가져다 줄 것이 많은 선수라고 생각한다”는 말로 밀집수비를 들고 나올 상대와의 대결에서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 아무래도 역할은 공격 쪽에 찍힌다. 벤투 감독은 “익숙한 공격형MF로 활용할 수도 있고 측면MF로 뛰되 프리롤처럼 움직일 수도 있다”며 출전을 암시했다.
자신이 가진 장점을 높게 평가하면서 두둑한 신뢰를 보내주는 지도자를 만난 남태희는 “감독님 지시를 잘 따라서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 공격형MF든 윙이든 상관없다”고 화답했다. 이어 “이번 카타르 월드컵은 꼭 나가고 싶다. 월드컵은 선수들에게 꿈의 무대다. 이번 기회는 놓치지 않고, 좋은 모습을 꾸준히 보여서 월드컵에 꼭 나가고 싶다”며 당찬 각오를 숨기지 않았다.
황희찬, 황의조, 손흥민, 이재성 등 유난히 근래에는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공격수들이 많다. 하지만 10월 2연전의 키맨은 남태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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