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가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 3차전에서 맞붙었다. 홈에서 1, 2차전을 독식하며 절대 유리한 고지를 점한 키움의 기세는 한껏 올라있었다. 반면 2경기 모두 끝내기 패배로 무너지며 ‘배수의 진’을 치고 나온 LG는 절박했다. 결과는 절박함의 승리였다. LG가 뒷심을 발휘하며 4-2의 짜릿한 승리를 거두고 생명연장에 성공했다.
Q=양 팀 선발투수들의 피칭부터 되짚어보자.
A=키움 이승호는 정규시즌 LG전 2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1.93의 상대전적을 기록했고, 1승이 데뷔 첫 완봉승이었다. 키움 장정석 감독은 이승호가 그때의 좋은 기억을 살리길 바랐다. LG 케이시 켈리는 3일 NC 다이노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WC) 1차전(6.2이닝 1실점) 이후 5일을 쉬었다. 가장 믿을 수 있는 카드지만, 팀이 무조건 3차전을 잡아야 하는 입장이라 에이스의 어깨는 무거웠다. 켈리는 2회까지 키움 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하는 데 애를 먹으면서 투구수가 52개에 달했다. 조급해진 탓에 2회 서건창의 적시타 때는 라인드라이브 타구에 맨손을 갖다대는 위험천만한 행동까지 나왔다. 그러나 3회부터는 완전히 달라졌다. 본연의 모습을 되찾았고, 6회까지 5안타 1볼넷 5삼진 2실점으로 잘 던졌다.
4.1이닝 3안타(1홈런) 3볼넷 2삼진 2실점을 기록한 이승호의 투구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2회 실점은 분명 아쉬웠다. 4회 채은성에게 허용한 홈런은 어쩔 수 없었지만, 2회 2아웃을 잘 잡고 유강남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점수차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득점 직후 실점’이 미치는 영향은 작지 않다.
Q=초반 분위기를 넘겨준 LG 입장에선 빠른 만회점이 큰 도움이 됐다.
A=2회 정주현의 적시타로 1점을 뽑은 게 컸다. 하위타순에서 만든 타점은 단기전에선 특히 중요한 요소다. 0-1에서 추가점을 내주자마자 격차를 줄인 것도 심리적인 안정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결국 4회 채은성의 솔로홈런으로 동점을 만들면서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올 수 있었다.
Q=7회 키움 샌즈의 아쉬운 수비가 화를 불렀다.
A=정주현의 타구는 2루까지 가기에 무리가 없었다. 정주현의 주력은 팀은 물론 KBO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이다. 샌즈가 정상적으로 수비를 했다면 정주현은 2루에서 멈추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맨손으로 펜스 플레이를 하려다 공을 더듬는 바람에 정주현이 3루까지 갔고, 이어진 오지환의 희생플라이로 결승점이 만들어졌다. 주자의 상황에 따라 전략이 달라졌겠지만, 이후 오지환~이천웅~김민성을 모두 범타 처리했음을 고려하면 추가 진루 허용은 굉장히 아쉬운 대목이었다. 또 무사 2루와 3루는 배터리가 느끼는 압박감 자체가 다르다.
Q=고우석이 또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지만 결국 리드를 지켰다.
A=리드를 지켰다는 자체만으로 점수를 줘야 한다. 선두타자 김하성과 후속타자 송성문을 볼넷, 몸에 맞는 볼로 내보낸 상황만 보면 굉장히 불안했지만, 결국 실점 없이 경기를 끝냈다. 박동원 타석부터 슬라이더의 제구가 되면서 노림수를 뺏을 수 있었다. 2차전에서 슬라이더의 제구가 전혀 되지 않아 강속구만 노리고 들어간 키움 타자들에게 당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의미있는 결과였다. 세이브 직후 포효한 고우석의 모습은 남은 시리즈를 더욱 흥미롭게 할 요소임이 분명하다. LG 입장에선 김현수의 타격감만 살아나면 4차전도 충분히 해볼 만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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