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투어 더CJ컵@나인브릿지 2라운드가 한창이던 18일 제주도 서귀포시 클럽나인브릿지에선 반가운 얼굴을 만날 수 있었다. KPGA 코리안 투어의 ‘파워 히터’로 통하는 김봉섭(36)이었다. 이번 대회 출전권을 획득하지 못한 김봉섭이 코스를 찾은 이유는 하나. 1년 선배 문경준(37)을 곁에서 응원하기 위해서였다. 문경준은 올 시즌 코리안 투어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1위 자격으로 더CJ컵@나인브릿지을 뛰고 있다.
전날 제주도로 도착해 이날 처음 대회장을 찾았다는 김봉섭은 “오늘 하루 종일 (문)경준이 형을 따라다니며 응원을 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내가 케디백이라도 대신 메고 뛰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래야 뒤통수라도 한 대 치면서 ‘정신 차리라’고 이야기해 줄 수 있지 않겠느냐”며 환하게 웃었다.
이날만큼은 선수 대신 갤러리로 코스를 돈 김봉섭은 문경준이 좋은 샷을 할 때마다 박수를 치며 형의 든든한 지원군 노릇을 했다. 마지막 9번 홀(파5) 장거리 파 퍼트가 컵으로 빨려 들어간 직후에는 크게 휘파람을 불며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다.
동생의 응원이 큰 힘이 됐을까. 전날 4타를 잃으며 고전했던 문경준은 이날 버디와 보기 4개씩을 기록하고 타수를 잃지 않았다.
더CJ컵@나인브릿지는 올해로 3회째를 맞지만 현장 관전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김봉섭은 “직접 와서 보니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 이 코스에서 수차례 라운딩을 해봤지만 세팅 자체가 훨씬 어려워졌다. 그런데도 PGA 투어 선수들은 계산을 오래 하지 않고 시원시원하게 공략을 하더라. 흔히들 쓰는 표현으로 ‘돌격 앞으로’ 같은 플레이가 다반사였다. 정말 놀랐다”고 관전평을 밝혔다.
2017~2018년 코리안 투어 평균 드라이버 1위를 기록하는 등 국내에서 장타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김봉섭도 세계적인 선수들의 화끈한 플레이를 보고 적지 않게 놀란 눈치였다.
김봉섭은 끝으로 “원래 오늘 저녁 서울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세계 정상급 선수들을 하루라도 더 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비행기 예약을 미뤄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멋쩍게 웃으며 대회장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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