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서 121골 손흥민 “가족의 힘”
부상으로 조기 은퇴한 아버지, 아들에게 혹독하게 기본기 강조
지금도 영국 가면 함께 훈련해
‘차붐’도 “독일서 성공은 아내 덕”
‘가족이 있기에….’
23일 ‘한국 축구의 전설’ 차범근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66)과 어깨를 나란히 한 손흥민(27·토트넘)은 성공하기까지의 스토리도 차 전 감독과 닮은 부분이 많다. 차 전 감독이 아내 오은미 씨(64)의 철저한 내조 덕에 한국 축구의 ‘전설’이 됐다면 손흥민은 아버지 손웅정 씨(56)의 세심한 지도 덕분에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다. 시대가 다르고 아버지와 아내로 역할도 다르지만 손흥민과 차 전 감독은 가족이라는 든든한 믿음 속에 운동에 전념했고 그 결과 ‘축구의 엘도라도’ 유럽을 평정했다.
손흥민이 어릴 때부터 축구선수 출신 아버지의 혹독한 훈련을 받았다는 얘기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손 씨는 자신 같은 선수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 아들을 철두철미하게 가르쳤다. 1989년 프로축구 일화 소속으로 경기를 하다 아킬레스건이 파열돼 이듬해 은퇴한 손 씨는 선수로서의 자신에 대해 “빠르기만 했지 기술이 너무 부족했다. 창피할 정도였다”며 “나 같은 선수로 안 만들려고 흥민이에게 기본기 연습을 죽도록 시켰다”고 말했다. 손흥민이 위치를 가리지 않고 터뜨리는 골도 어릴 때부터 하루에 수백 번씩 한 슈팅 훈련의 결과다. 페널티 지역은 물론이고 외곽의 중앙과 좌우 등에서 오른발과 왼발로 각각 100회 이상 슈팅을 날렸다. 기본기를 포함한 훈련이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매일 이어졌다.
손 씨는 “좋은 기술은 안정적인 기본기에서 나온다. 어릴 때는 기본기를 쌓고 축구를 즐기는 방법을 배울 때”라고 강조했다. 손 씨는 아들에게 늘 “남과 똑같이 해서는 절대로 앞설 수 없다”고 말한다. 필요한 것은 오직 연습뿐. 이 때문에 손흥민은 지금도 기본기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아버지가 현지에 있을 땐 훈련도 함께 한다.
손흥민은 ‘유럽무대 121골’을 달성한 뒤 자신의 하트 세리머니의 의미를 취재진이 묻자 “나 하나 때문에 항상 부모님이 여기까지 오셔서 고생하신다. 골을 넣었을 때라도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표현을 전하고 싶어 이런 세리머니를 한다”고 말했다.
‘차붐’ 차 전 감독도 자신의 축구 인생에 대해 얘기할 때면 늘 “아내가 고생했다”고 말한다. 그가 군대까지 마치고 우여곡절 끝에 1979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입단했을 때는 이미 한국 나이로 27세였다. 당시 웬만한 선수들은 은퇴할 나이였다. 한국에서는 최고의 공격수로 이름을 날렸지만 덩치 큰 유럽 선수들과 경쟁하기엔 버거웠다. 아내 오 씨는 먹는 것부터 잠자는 시간까지 모든 것을 철저하게 관리했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을 때는 컨디션 관리에 집중하기 위해 독일 현지 한국교포나 한국에서 찾아온 사람들도 가급적 만나지 않게 했다. 이 때문에 많은 오해도 생겼지만 차 전 감독은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독일에서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고 더 많은 비난을 받았을 것”이라고 회고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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