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23년 전, 지구촌 골프팬들을 향해 당차게 외치던 스물한 살 풋내기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최다승 금자탑을 쌓았다. 이제 골프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가 열리는 순간만이 남았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4·미국)가 28일 일본 지바현 아르코디아 골프 나라시노 컨트리클럽(파70·7041야드)에서 끝난 조조 챔피언십(총상금 975만 달러·약 114억 원)에서 정상을 밟고 샘 스니드(2002년 작고)가 지니고 있는 PGA 투어 최다 82승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태풍 영향으로 하루가 밀린 최종라운드 잔여경기까지 19언더파 261타를 기록하고 자신을 끈질기게 추격한 마쓰야마 히데키(27·일본)를 3타 차로 제쳤다.
● 영광과 추락이 교차된 24년
어릴 적부터 유명했던 골프 신동은 1996년 한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Hello, World!”라는 강렬한 인사말을 남기며 데뷔했다. 그해 라스베이거스 인비테이셔널에서 첫 승을 거둔 우즈는 이후 거침없이 내달리며 황제로서의 길을 걸었다. 1997년 마스터스 제패를 포함해 4승을 거뒀고, 1999년과 2000년 각각 8승과 9승을 휩쓸며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골퍼가 됐다.
우즈의 시대는 쉽게 저물지 않았다. 2002년 베이힐 인비테이셔널에서 통산 30승을 올린 뒤 2006년 뷰익 오픈에서 50승 고지를 밟았다. 이어 2009년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제패로 70승을 달성한 우즈는 그러나 외도 파문과 잦은 부상으로 수차례 위기를 겪었다.
2009년 성(性) 추문 직후 2010년과 2011년 우승 없이 허송세월한 우즈는 2012년 3승을 앞세워 재기했지만, 2017년 약물 운전이 적발돼 또 다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당시 나이는 마흔 둘. 이미 고질적인 허리 및 무릎 부상을 안고 있던 터라 부활은 쉽지 않아 보였다.
● 최다승 돌파 초읽기 돌입
그래도 타이거는 역시 타이거였다. 지난해 9월 플레이오프(PO)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에서 극적인 통산 80승을 일궈낸 뒤 올해 4월 마스터스에서 통산 5번째 그린재킷을 품으며 자신의 시대가 끝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이어 조조 챔피언십 우승으로 PGA 투어 최다승 돌파를 초읽기로 남겨놓았다.
40대 중반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완벽한 경기력이었다. 첫 날 6언더파를 몰아치고 공동선두로 올라선 우즈는 태풍 영향으로 2라운드가 연기된 가운데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꾸준히 60대 타수를 유지하며 선두를 지켰다. 그리고 4라운드 잔여경기가 열린 28일 나머지 7개 홀에서 1타를 추가로 줄여 마침내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완성했다.
샘 스니드의 기록을 따라잡은 우즈는 이제 잭 니클라우스(79·미국)가 지니고 있는 메이저 최다승(18승)을 향해 달려간다. 현재까지 15승을 쌓은 황제는 자신감으로 가득 찬 인터뷰로 의지를 불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