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 운다’는 말이 있다. 태어날 때,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나라가 망했을 때다.
인천 전자랜드 가드 김낙현(24)은 20일 부친이 심정지로 세상을 떠나면서 인생의 가장 큰 슬픔을 겪었다. 갑작스러운 비보였기에 정신적인 타격은 더 컸다.
전자랜드는 오프시즌 동안 가드 진영을 중심으로 한 공간 활용, 빠른 농구로 색깔을 바꾸고 새 시즌을 준비했다. 김낙현은 전자랜드가 추구하는 농구의 핵심 자원이자 기대주였다.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52)은 시즌 개막 이전 “김낙현이 다부지게 마음을 먹고 훈련을 해왔다. 올 시즌 리그 정상급 가드가 될 것이다”라며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유 감독의 기대대로 김낙현은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정규리그 개막 3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는 등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한창 주가를 올리던 시기에 찾아온 시련이었기에 팀 내에서 걱정이 적지 않았다. 유 감독은 “갑자기 (김)낙현이의 부친이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본인이 얼마나 놀랐겠나. 경기출전이 무슨 의미가 있나싶어 바로 여수(김낙현의 고향)로 내려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도 제 정신이 아닐 것이다. 워낙 의지가 강한 선수라 잘 극복해낼 것이라고 믿는다”며 신뢰를 나타냈다.
유 감독의 믿음대로 김낙현은 스스로 슬픔을 극복해냈다. 27일 원주 DB와의 홈경기에서 2점에 그쳤지만, 29일 고양 오리온과의 원정경기에서는 3점슛 5개 포함, 23점을 몰아치며 팀에 승리(79-72)를 안겼다.
부친을 잃은 슬픔에 빠진 김낙현을 일으켜 세운 것 역시 아버지였다. 김낙현은 “아버지께서 제일 좋아하는 일이 아들의 경기를 보는 것이었다. 중계로도 보시고, 여수에서 인천까지 직접 오셔서 보기도 하셨다. 경기를 잘 치른 날에는 항상 통화하면서 칭찬해주셨다”고 30일 돌아봤다. 이어 “시즌 초반에 득점도 많이 하고 팀도 연승을 탈 때 잘한다면서 엄청 좋아하셨다. 그 모습이 늘 그리울 것 같다”고 말했다.
김낙현은 하늘로 떠난 아버지에게 늘 즐거움을 선사하는 아들이 되고 싶은 마음뿐이다.
“이번 경기(29일 오리온전)를 하늘에서 보면서 잘했다며 칭찬해주셨을 것이다. 아직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 가만히 있다가도 문뜩문뜩 생각이 난다. 아버지가 생전에 가장 좋아하셨던 아들의 농구 경기를 하늘에서 즐거워하면서 보실 수 있도록 매 경기 잘하는 선수가 되겠다. 아버지, 지켜봐 주실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