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 7차전도 휴스턴 6-2 꺾고 감격
6회까지 그링키에 꽁꽁 묶였으나 7회 솔로포 이어 켄드릭 역전투런
셔저 5이닝 2실점 뒤 무실점 계투… 정규시즌 초반 19승31패 부진 딛고
와일드카드 올라와 다저스 등 연파… MVP는 시리즈 2승 스트라스버그
선발 잭 그링키는 6회초까지 노련한 투구로 워싱턴 타선을 봉쇄했다. 타선은 2회와 5회말에 1점씩 뽑아냈다. 휴스턴은 2-0으로 앞서 있었고 미닛메이드파크 안방 팬들의 얼굴에는 안도감이 번졌다. 불펜에서는 ‘에이스’ 게릿 콜이 몸을 풀고 있었기에 휴스턴에 2년 만의 월드시리즈(WS) 우승은 손에 잡힌 듯했다.
아직은 일렀다. 평온해 보였던 팬들의 얼굴은 7회초부터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선두타자 앤서니 렌던의 홈런을 시작으로 반격을 시작한 워싱턴은 7회 3점, 8회 1점, 9회 2점을 잇달아 뽑으며 역전극을 완성했다.
워싱턴이 31일 열린 메이저리그(MLB) WS 최종 7차전에서 휴스턴에 6-2로 승리(전적 4승 3패)하며 창단 50년 만에 첫 WS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미국 수도 워싱턴을 연고로 한 팀이 WS에서 우승한 건 1924년 워싱턴 세너터스 이후 95년 만이다.
워싱턴은 MLB 사상 최초로 방문 4승으로 챔피언에 등극했다. 이번 WS에서는 7경기 내내 모두 방문팀이 승리하는 진기록이 나왔다. 미국프로농구(NBA),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를 통틀어도 ‘방문팀 전승’은 이번이 처음이다. MLB WS에서는 지난 시즌을 포함해 9경기째 방문팀 승리 기록이 이어지고 있다.
내셔널리그(NL) 와일드카드(WC)로 간신히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워싱턴(93승 69패)은 디비전시리즈(DS)에서 NL 전체 1위 LA 다저스(106승 56패)를 꺾은 데 이어 WS에서 MLB 전체 1위 휴스턴(107승 55패)마저 삼켰다. 정규리그 초반 50경기에서 19승 31패로 꼴찌를 해도 이상할 게 없었던 팀이 이룬 극적인 반전이다.
워싱턴 우승의 원동력으로는 ‘내일이 없는’ 파격적인 마운드 운용이 꼽힌다. 대니얼 허드슨 외에 믿을 만한 구원투수가 없었던 워싱턴은 선발 자원이던 패트릭 코빈을 선발뿐만 아니라 구원으로도 적극 활용했다. 코빈은 워싱턴이 치른 포스트시즌 17경기 중 8경기(선발 3경기, 구원 5경기)에 등판하며 전천후 활약을 했다. 여기에 선발 ‘원투 펀치’ 맥스 셔저와 스티븐 스트라스버그도 DS 2차전과 WC전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구원으로 등판하며 위기를 막았다. 이날 7차전에서는 셔저가 선발로 나서 5이닝 2실점을 기록했고, 코빈이 이어 등판해 3이닝 무실점으로 휴스턴 타선을 봉쇄했다. 마지막은 허드슨이 1이닝 무실점으로 책임졌다.
신예부터 노장까지 고루 포진한 워싱턴 타선은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마운드의 부담을 덜어줬다. 특히 21세의 후안 소토는 밀워키와의 WC전 결승타를 포함해 WS에서도 27타수 9안타(3홈런) 7타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필라델피아로 이적한 브라이스 하퍼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웠다. 특히 WS 1차전(동점), 6차전(역전)에서 소토가 쏘아올린 홈런은 결정적인 한 방이었다.
DS 5차전 연장 10회에 친정팀 다저스를 상대로 만루홈런을 때려 팀을 챔피언십시리즈(CS)로 이끈 36세 노장 하위 켄드릭은 이날도 1-2로 뒤져 있던 7회초 우측 폴대를 맞히는 역전 2점 홈런을 치며 분위기를 바꿨다. 이번 자유계약선수(FA) 시장 타자 최대어이자 팀 타선의 핵심인 렌던은 6차전 ‘원맨쇼’(4타수 3안타 1홈런 5타점)로 벼랑 끝에 몰린 팀을 구했다. WS 최우수선수(MVP)는 2승을 챙긴 스트라스버그에게 돌아갔지만 선수 모두를 MVP라 불러도 부족함이 없는 팀이다.
이날 워싱턴 안방구장인 내셔널스파크에는 1만6700명의 팬이 굵은 빗줄기에도 경기 중계를 지켜보며 열띤 응원을 펼쳤다. 워싱턴이 우승하면서 WS 우승 경험이 없는 팀은 30개 팀 가운데 밀워키, 샌디에이고, 시애틀, 콜로라도, 텍사스, 탬파베이 등 6곳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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