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 흔드는 살얼음 국제정세
부산 동아시아대회 앞두고 비상… 최악 갈등 한일전도 돌출 응원 우려
평양 남북전 무관중-무중계 경기… 유로2020 軍지지 경례 세리머니
스페인선 판결 항의로 경기 연기
동북아시아 최대 축구 이벤트인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이 다음 달 10일 부산에서 막을 올린다.
남자부는 최근 정치적으로 민감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한국, 일본, 중국, 홍콩이 출전해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자부(한국, 중국, 일본, 대만)는 북한이 불참을 통보해 대만이 참가하게 됐다. 북한은 지난달 평양에서 열린 한국과의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을 초유의 무관중 무중계로 치른 바 있다.
남자부 홍콩-중국(오후 4시 15분), 한국-일본(오후 7시 30분)은 다음 달 18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만난다.
반중 시위로 유혈 사태까지 치른 홍콩과 중국, 사상 최악의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는 한국과 일본이 그라운드에서 대결하는 것이다.
대회를 주최한 대한축구협회는 특히 중국-홍콩 경기의 치안에 고심하고 있다. 협회는 “티켓 판매 때부터 양국 응원단을 멀리 배치하고 있다. 경비 강화 대책도 별도로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 팬들이 정치적 구호를 외치거나 피켓 시위 등에 나설 수도 있다. 일본의 수출 규제와 한국의 반일 운동, 2020 도쿄 올림픽 욱일기 논란 등으로 골이 깊어진 한일 관계를 감안할 때 축구 한일전에서 정치 구호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축구에서는 정치에 영향을 받는 일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12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터키-알바니아의 2020 유럽축구선수권(유로 2020) 조별예선 경기도 그랬다. 터키 선수들은 결승골을 넣은 직후 거수경례 세리머니를 했다. 이후 터키군의 쿠르드족에 대한 군사행동을 지지하는 의미라는 비난이 거세지자 유럽축구연맹(UEFA)은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스페인 프로축구 최대 라이벌 FC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엘 클라시코 더비’도 외풍을 맞았다. 지난달 26일 열릴 예정이었던 두 팀의 이번 시즌 첫 대결은 다음 달로 연기됐다. 스페인 법원이 2년 전 분리 독립을 시도한 카탈루냐 지도자에게 징역 9∼13년의 중형을 내리자 바르셀로나를 포함한 카탈루냐 지역 주민들의 격렬한 시위가 이어지면서 치안이 극도로 불안해졌기 때문이다.
올림픽 헌장에 ‘스포츠 단체는 정치적 중립을 채택해야 한다’고 돼 있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정윤수 스포츠 평론가는 “정치적 표현을 하는 해당 국가의 배경을 충분히 이해하고 평화나 독재 항거 같은 인류 보편적 윤리에 부합하는지를 살펴서 대응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종탁 충북보건과학대 태권도외교과 교수는 “1972년 뮌헨 올림픽과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은 모두 정치가 깊이 개입한 올림픽이었지만 뮌헨은 테러로, 평창은 화합으로 끝났다”며 “스포츠가 정치에 활용되더라도 그 목적이 갈등의 확대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뮌헨 올림픽에서는 대회 기간 아랍 테러단 ‘검은 9월단’이 이스라엘 선수단 숙소를 습격해 이스라엘 선수단 11명 등 16명이 숨졌다.
평창 올림픽은 남북 선수단 공동 입장, 남북 단일팀 구성 등으로 한반도 평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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