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다짐한다’던 박항서 감독, 베트남 도전기 2막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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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1월 6일 17시 04분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축구협회와 재계약을 체결했다. © News1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축구협회와 재계약을 체결했다. © News1
지난해 12월 말 ‘홍명보 자선축구대회’에 함께 하기 위해 잠시 한국을 찾았던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은 “2018년은 정말 기적 같은 승리와 행운을 가져다 준 해”라고 되돌아봤다.

2017년 말 베트남 축구협회와 계약을 체결한 뒤 베트남 A팀과 U-23대표팀의 지휘봉을 동시에 잡았던 박항서 감독은 출전하는 대회마다 인상적인 성과를 만들어내면서 부임 무렵의 미심쩍은 시선을 깨끗하게 씻어냈다.

박항서의 베트남은 2018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을 시작으로 그해 여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연말에는 베트남 축구의 숙원이던 스즈키컵에서 우승을 차지, 박 감독은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베트남에서의 성과에 한국에서도 박항서 감독의 주가는 크게 치솟았다.

스즈키컵 우승 후 그야말로 금의환향한 박항서 감독은 당시 “그 성과와 행운이 나 혼자만의 힘으로 된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많은 이들이 도와주신 결과”라며 겸손하게 말했다. 그리고는 진지하게 속내를 털어놓았다.

박 감독은 “가까운 분들이 정상에 있을 때 떠나야하지 않느냐 조언 해주신다. 옳은 말이다. 하지만 난 계약이 1년 넘게 남아 있다. 계약 기간 중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으나 더 큰 행운이 찾아 올 수도 있다. 피해갈 생각 없다”는 말로 2019년 다시 뛰겠다고 배에 힘을 주었다. 그 도전은 1년 뒤 다시 성공이라는 결실로 맺어졌다.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축구와 다시 손을 잡았다. 박 감독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DJ매니지먼트는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축구협회와 재계약에 합의했다. 직책은 현재와 동일하게 A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U-23팀) 감독을 동시에 맡는다”고 말한 뒤 “두 대표팀의 소집 시기가 겹칠 경우 박 감독이 직접 코칭스태프 구성을 할 수 있는 옵션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조건은 7일 오전 10시30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공식 회견에서 공개될 예정인데, 아주 좋은 대우가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역대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들 중 최고대우라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다.

DJ매니지먼트의 이동준 대표는 “공식 조인식 당일 베트남축구협회 쪽에서 조건을 알리기로 약속했다. 그것이 맞는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지금 말씀드릴 수는 없으나 조건은 아주 좋다. 잘 마무리 됐다”고 밝은 목소리로 전했다. 처음 베트남으로 진출할 때를 떠올리면 180도 달라진 상황이다.

당시는 안팎의 반응이 밋밋했다. 정확히 말하면 국내에서는 관심이 별로 없었고 베트남에서는 부정적 시선이 많았다.

베트남으로 떠나기 전 박 감독이 마지막으로 지도했던 팀이 내셔널리그 창원시청이었다. 이런 배경과 함께 베트남 내에서는 “한국의 3부리그(내셔널리그) 지도자가 대표팀 감독을 맡는 게 말이 되느냐”며 반대 목소리가 적잖았다. 그런데 2년 만에 ‘모셔가는’ 수준으로 바뀌었다.

2019년에도 베트남 축구는 아시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지난 1월 UAE에서 펼쳐진 아시안컵에서 8강까지 진출한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 A대표팀은 현재 진행 중인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에서도 2승1무 무패가도를 달리며 최종예선 진출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계약 종료(2010년 1월) 지점까지 꽤 남아 있는데 새 계약서에 사인하게 된 배경이다.

성적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분위기 속에 국내에서도 장수하는 감독은 찾기가 힘들다. 1년은 고사하고 6~7개월만에도 소위 ‘잘리는’ 감독들이 적잖다. 그런 와중 해외에서 재계약을 맺었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다시 시간을 1년 전으로 되돌린다.

2018년 겨울 홍명보 자선경기장에서 만난 박항서 감독은 “몸은 베트남에 있으나 내 조국은 대한민국이다. 한국이 아닌 타국에서 일하기 때문에 사명감과 책임이 더 무거울 수밖에 없다”면서 “지혜롭고 슬기롭게, 최선을 다하려 한다. 매일 아침 일어나 다짐한다. 내년에도 우리 국민들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되겠다”는 다짐을 전한 바 있다.

약속대로 박항서 감독은 2019년 한국 국민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역할을 수행했다. 그리고 이제 그 모습을 몇 년 더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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