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붐이 더 기뻐한 신기록 “내 짐 덜어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8일 03시 00분


“흥민이가 국민들을 웃게 했다… 후배들 방향타 역할해야 하고
지금부터 시작이니 더 분발을”

“너무 좋았다. 정말로 축하한다. (손)흥민이가 내 짐을 덜어줬다.”

차범근 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66·사진)은 자신이 갖고 있던 유럽 무대 한국인 최다골(121골)을 손흥민(27·토트넘)이 7일 넘어섰다는 소식에 함박웃음을 보였다. 9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스포츠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 7일 출국하기에 앞서 차 전 감독은 “국민들이 얼마나 좋아하느냐. 나도 똑같다. 흥민이가 국민들을 기쁘게 하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휴대전화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에서도 기쁨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차 전 감독은 “출국 준비를 하느라 새벽에 경기를 놓쳐 하이라이트로 봤는데 2골이나 넣었다. 흥민이가 정점을 찍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내가 후배들에게 방향타를 제시했다면 이젠 흥민이가 방향타 역할을 해야 한다. 내 짐을 덜어줘 홀가분하다”고 했다. ‘기록이 깨진 것이 아쉽지 않았냐’고 하자 그는 “아쉽다니, 너무 좋다. 나도 감탄하고 있다. 너무 잘하고 있다. 나는 그 나이에 가지도 못했는데…. 하지만 지금부터 시작이다”라며 더 분발해주길 기대했다. 앞으로 10년은 더 뛰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선배가 보여줬으니까.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 전 감독은 한국 나이 27세 때인 1979년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했다. 독일 진출이 쉽지도 않았다. 당시 공군 복무 중이던 그는 국내 팀 스카우트 제의와 대한축구협회의 독일 진출 반대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1978년 말 테스트를 받고 다름슈타트에서 잠시 뛴 뒤 1979년 프랑크푸르트에 입단하며 유럽 무대에 데뷔했다. 그는 독일에서 10년간 뛰며 당시 분데스리가 외국인 최다인 98골을 터뜨리는 등 유럽에서 121골을 기록하며 ‘차붐’ 열풍을 일으켰다.

차 전 감독은 “흥민이 아버지가 어릴 때부터 잘 키웠다. 정말 대단한 일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내 경험으로 보면 팬들의 응원이 큰 동기 유발이 된다. 늘 기다리고 응원한 팬들에게 감사해야 한다”며 “손흥민의 활약이 ‘제2, 제3의 손흥민’ 등장의 기폭제가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차범근#손흥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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