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은 당당히 싸웠고, 담담히 패배를 받아들였다.
프로·아마추어 축구 최강자를 가리는 ‘2019 KEB하나은행 FA컵’에서 내셔널리그 대전 코레일은 준우승을 차지했다. 시상대 꼭대기에 서지 못했지만 무명전사들의 사투는 아름다웠다.
코레일은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수원 삼성과의 대회 결승 2차전에서 0-4로 졌다. 6일 홈 1차전에서 0-0으로 비겼던 코레일은 득점을 전제로 무승부만 거둬도 우승 트로피를 차지할 수 있었으나 마지막 고비를 넘어서지 못했다.
그러나 누구도 코레일에게 돌을 던질 수 없다. 무기력한 승부도, 일방적으로 밀린 경기도 아니었다. 선수단 몸값만 8배 차다. 수원은 지난해 기준 80억6000만원(추정치)을 찍었으나 코레일은 10억원을 살짝 웃돈다. 최고 연봉자는 6500만원, 수원은 개인당 평균 1억9000만원을 받았다.
코레일은 ‘한국판 칼레’였다. 1999~2000시즌 프랑스 FA컵 결승에 오른 4부 리그 라싱 유니온 칼레는 예상을 깨고 결승까지 올랐다. 프랑스 전역을 뒤흔든 칼레 돌풍이 준우승에서 멈췄듯이 한국의 칼레 역시 준우승에서 제동이 걸렸다.
1943년 ‘조선철도국축구단’으로 창단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FC(풋볼클럽)인 코레일에게 정말 꿈같은 시간이었다. 내셔널리그는 올해를 끝으로 마침표를 찍는다. 대한축구협회가 내년부터 시행할 ‘디비전 시스템’의 K3에 실업구단들이 대거 합류한다. ‘실업’ 타이틀을 달고 뛴 마지막 승부는 아팠어도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했다.
울산 현대(32강)~강원FC(16강)~상주 상무(4강) 등 K리그1 클럽들을 차례로 따돌리며 결승까지 오른 코레일이다. 눈물을 쏟는 제자들을 따스히 감싸안은 김승희 감독은 “열심히 싸웠지만 성취를 못했다. 감독으로서 부족했다. 그럼에도 선수들은 맡은 바를 다 했다. 잠깐 쉼표를 찍었지만 우리의 축구는 멈추지 않는다. 더 속도를 내 명문 구단으로 향하겠다”고 했다. 코레일이 엮어낸 위대한 신화는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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