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 적응없이 바로 실전, 벤투 감독의 과감한 선택

  • 뉴시스
  • 입력 2019년 11월 11일 16시 07분


선수단, 아부다비 베이스캠프에서 훈련 후 13일 레바논행
그라운드 적응없이 14일 경기 소화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은 원정 경기시 결전지에 최대한 늦게 당도하는 것을 선호한다. 원정지와 가까운 곳에 쾌적한 환경을 조성해둔 뒤 그곳에서 몸을 만들다 경기 전날 떠나는 식이다.

우리보다 시설이 좋지 않은 곳에서 치러야 하는 2022 카타르월드컵 2차예선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욱 도드라지고 있다.

지난 10월 평양 원정을 앞두고 벤투 감독은 중국 베이징을 거쳐 경기 하루 전 북한에 입성했다. 선수들은 경기 전날 저녁 평양 김일성경기장의 인조 잔디를 처음 접했다. 1시간 가량 그라운드 감각을 익힌 선수들은 다음 날 오후 실전에 임했다.

벤투 감독은 14일로 예정된 레바논 원정도 북한전과 비슷한 방식으로 준비할 생각이다. 11일 아부다비에 입성한 벤투호는 경기 전날까지 아부다비 베이스 캠프에서 발을 맞추는 것으로 구상을 끝냈다.

세부 일정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북한전보다 파격적이다. 13일 오후 레바논 베이루트로 넘어가는 선수단은 이날 별도의 훈련을 실시하지 않을 계획이다.

벤투 감독과 대표 선수 1명만 규정에 따라 사전 기자회견에 임하는데, 이 역시도 경기장이 아닌 호텔에서 열린다. 선수들은 경기 당일에야 그라운드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레바논전이 벌어질 베이루트의 카밀 샤문 스타디움은 잔디 상태가 썩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벤투 감독은 상대적으로 쾌적한 환경의 아부다비에서 전술을 가다듬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베이루트와 아부다비의 2시간 시차가 경기력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전제도 깔려있다.

그럼에도 대표팀이 경기장 적응 훈련을 건너뛰는 것은 무척 이례적인 일이다. 친선전이 아닌 월드컵 예선이라는 점에서 벤투 감독의 선택은 더욱 과감하게 다가온다.

대표팀 관계자는 “벤투 감독 부임 이후 국내 친선전 때 파주에서 훈련 후 곧장 경기를 한 적은 있었지만, 이를 제외하면 공식 훈련을 진행하지 않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슈틸리케 감독 시절에도 이런 경우는 없었다”면서 “현지 답사 때 경기장 시설이나 잔디 등의 상황이 별로 좋지 않았다. 아부다비의 여건이 좋아 이곳에서 훈련을 한 뒤 넘어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아부다비(UAE)=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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