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만난 마포고 김동주(17)는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세계 정상급 수준인 정교한 백핸드와 탄탄한 수비력이 돋보이는 정현(23·한국체대)과 공격적인 포핸드를 주무기로 하는 권순우(22·당진시청), 둘 중 어떤 스타일을 선호하냐는 질문에 그는 “테니스는 따라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나만의 색깔로 성공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김동주는 지난달 한국 테니스 유망주의 요람으로 불리는 제63회 장호 홍종문배 전국 주니어대회에서 우승했다. 이 대회는 국내 중고교 테니스 선수들에게는 꿈의 무대다. 한국 테니스 간판 정현이 제58회, 권순우가 제59회 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수많은 테니스 스타를 배출했다. 김동주는 이 대회 우승을 차지한 뒤 스승인 마포고 이승훈 감독을 끌어안고 한참을 울었다. 1999년, 2007년 한국선수권 우승자인 이 감독은 고교 시절 특급 유망주로 이름을 알렸으나 장호배에서만큼은 2차례 준우승에 그쳤다. 김동주는 “감독님의 한을 풀어드렸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김)동주가 속이 참 깊다. 내 선수시절 소원을 대신 이뤄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키 185cm, 몸무게 80kg의 뛰어난 체격을 가진 김동주는 일찍부터 남다른 힘과 기술로 이름을 날렸다. 중학교 3학년이던 2017년에는 프로 무대인 안성 퓨처스 대회에서 선배들을 연달아 꺾고 본선에 진출했다. 당시 본선 1회전에서 베테랑 남현우(34·KDB산업은행)에게 0-2로 무릎을 꿇었지만 성인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실력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올해 그는 국내에서 열린 주요 국제대회에서 4차례 정상에 오르는 눈부신 성적을 거뒀다.
강한 서브와 포핸드를 갖춘 김동주는 공수 양면에서 빠지지 않는 ‘올라운더’가 되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어릴 때부터 서브와 포핸드에 자신이 있었어요. 최근에는 좀 더 공격적으로 수비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제 페이스대로 플레이하기 위해서는 상대가 공격하기 어렵게 리턴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김동주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김지선 지선스포츠마케팅 대표는 “(김)동주는 아버지가 육상 높이뛰기 선수 출신으로 체격도 좋고 유연성과 스피드를 겸비했다. 기본기가 탄탄해 미래가 기대되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또래 선수들 사이에서 김동주는 ‘승부욕의 화신’으로 알려졌다. “지는 게 세상에서 제일 싫다”는 그는 지난달 전국체육대회에 서울 대표로 참가해 남고부 단체전 8강에서 경북팀에 패한 뒤 3일간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진 날은 거의 잠을 못 잔다. 나를 이긴 선수와 빨리 다시 만나고 싶어서 다음 경기 일정부터 확인한다. 그때부터는 그날만 손꼽아 기다리게 된다”며 웃었다.
김동주는 좋아하는 테니스 선수로 이탈리아의 야닉 시너(18·세계랭킹 96위)를 꼽았다. 시너는 10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넥스트제너레이션 ATP 파이널에 와일드카드로 출전해 우승을 거머쥔 신예다. 그는 “나보다 불과 한 살 많은 선수인데 승승장구하는 모습이 멋지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시너를 보면 언젠가 나도 세계무대에서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 김동주는… ::
△생년월일: 2002년 4월 9일
△체격: 키 185cm, 몸무게 80kg
△테니스 시작: 만 7세 △출신교: 홍연초-마포중-마포고 2학년
△스타일: 오른손잡이, 양손 백핸드
△2019년 주요 성적: 제주, 순창, 김천, 영월 국제 주니어 우승, 장호 홍종문배 우승(사진). 이덕희배 준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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