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다비에 베이스캠프를 차린 축구대표팀 일정을 동행하며 여러 소식을 전하고 있는 이유인지 현지에 있는 축구팬들에게 문의 메일이 심심치 않게 날아들고 있다. 타지에서 생활하기에 더더욱 한국의 축구 스타들을 가까이에서 보기 어려운 분들이라 혹 훈련장 근처에서라도 만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렇게 하려면 어찌하면 될까 하는 물음이 대부분이다.
개인적으로는 전해드릴 정보가 없으나 그래도 용케 선수단 동선을 파악하고 훈련장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 있는 팬들이 꽤 많다. 경기가 임박, 전력 노출을 피하기 위해 훈련을 비공개로 실시하는 지점이 아니라면 대한축구협회도 팬들의 접근을 막지는 않고 있는 상황.
지난 14일 레바논 베이루트 원정을 마치고 다시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로 복귀한 뒤 회복 훈련을 소화했던 15일 자이드 크리켓 스타디움 주변에도 팬들을 보고 싶은 남녀노소가 모였다. 한국 교민들도 있었고 UAE 현지인도 있었다.
전체 훈련이 끝날 때까지 세련된 매너로 기다려주던 팬들을 향해 선수들은 퇴장하며 사인을 해주고 또 함께 사진도 찍으며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단연 최고 인기는 손흥민. 손흥민은 발 한 걸음 떼기 어려울 정도로 사인 공세와 플래시 세례를 받았는데 버스가 정말 이동해야하는 순간까지 환한 얼굴로 팬들의 성원에 보답했다.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꼬마 아이부터 아이들 2명을 안고 있는 젊은 부부까지, 모두가 손흥민의 팬 서비스에 환호성을 외쳤다. 선수들에게는 일상과 같은 일이겠지만 타지에서라 더 뜻 깊었을 그 팬들에게는 평생의 추억이 남게 됐다.
팬 서비스에 앞서 손흥민은 대표팀 후배들에게도 특별한 서비스를 선사했다. 공식 일정을 모두 마치고 짐을 챙겨 훈련장을 빠져나가려던 무렵. 대표팀 막내 이강인이 공을 가지고 개인기 연습을 하고 있었다. 글로 묘사하기 어려운 발재간이었고 대부분의 시도가 실패로 끝났다.
그것을 보고 있던 손흥민이 성큼 다가가더니 이강인이 하고자하는 동작을 시도했고 한두 번 실수 끝에 바로 성공했다. 어깨에 뿌듯함이 가득 들어간 손흥민은 또 다른 개인기를 시연했고, 이강인 외에도 권창훈과 나상호가 그 동작을 따라하면서 작은 강습회가 진행됐다.
손흥민이 후배들과 함께 ‘발 장난’을 하는 것은 파주NFC에서의 국내 소집 때도 종종 발견되는 일이다. 어느덧 나이로도 중고참이 된 손흥민은, 아직까지 자신에게 다가서는 것이 어려운 후배들과 함께 장난을 겸해 소소한 시간을 많이 가지려는 편이다.
대표팀 관계자는 “명색이 EPL에서도 잘 나가는 스타인데 권위 의식 같은 것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대표팀 소집 때면 자신이 먼저 후배들에게 다가가 스스럼없이 지내는 편”이라고 말한 뒤 “편한 시간에는 장난을 걸다가도 훈련이나 경기 때는 진지한 모습을 보이니 동생들이 더 많이 따르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후배들 챙기랴 팬들 챙기랴 손도 발도 바쁜 SON. 한국 축구의 에이스 손흥민은 점점 무르익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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