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감독 부임 후에는 대한축구협회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칠레, 우루과이 등 강호들과의 평가전도 치르기는 했으나 아무래도 한국 축구대표팀이 주로 상대하는 팀은 아시아 국가들이다. 우리보다 전력이 약한 팀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지금은 월드컵 본선으로 향하는 1차 관문인 2차예선 기간이라 랭킹이 더 떨어지는 이들과 마주한다. 지난 10월10일 홈에서 8-0 대승을 거뒀던 스리랑카를 비롯해 투르크메니스탄이나 북한 등은 이런 대회가 아니면 한국과 만날 일도 많지 않은 국가다.
예전과 같은 ‘아시아의 호랑이’ ‘아시아의 맹주’와 같은 위용은 퇴색됐으나 그래도 한국은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강호다. 때문에 어지간한 국가들이 한국을 상대할 때면 엉덩이를 뒤로 빼고 수비에 우선 집중하는 게 일반적이다. 소위 ‘밀집수비’를 펼치면서 이기는 것보다 지지 않는 경기에 방점을 찍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최근 A매치들의 관전 포인트는 주로 공격 전개에 맞춰졌다. 골을 넣으면 이기고 못 넣으면 비긴다. 지난달 15일 평양에서 열린 북한전, 지난 14일 베이루트에서 펼쳐진 레바논 원정 모두 상대의 수비를 뚫지 못해 0-0으로 마무리됐고 때문에 답답한 공격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요컨대 근래 대부분 경기의 초점은 상대의 벽을 뚫느냐 뚫지 못하냐의 여부였다. 하지만 오랜만에 반대 상황에 포커스가 맞춰질 경기가 다가오고 있다. 수비만 하던 팀과 상대하던 벤투호가 이제는 수비에 크게 신경을 써야한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오는 19일 저녁 10시30분(이하 한국시간) UAE 아부다비에 위치한 모하메드 빈 자예드 경기장에서 브라질과 평가전을 갖는다.
브라질은 월드컵 통산 최다 우승(5회)에 빛나며 남미 대륙 축구 선수권인 코파 아메리카에서는 9번이나 정상에 올랐다. 전통의 축구 강호라는 의미다. 지금도 잘한다.
브라질은 10월 발표 기준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3위에 올라 있다. 1위 벨기에의 포인트가 1755점이고 2위 프랑스가 1726점 그리고 브라질이 1715점이다. 4위 잉글랜드는 1651점으로 뚝 떨어지니 앞으로 브라질의 위치는 한동안 3강이라는 의미다. 이런 브라질과 한국 축구대표팀이 제3국에서 격돌한다.
최근에는 수비력의 단단함까지도 크게 칭송 받고는 있으나 그래도 기본적으로 브라질 축구를 떠올리면 화려한 개인기를 기반으로 한 공격력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골목에서 공차는 이들도 테크니션’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는 나라다.
필리페 쿠티뉴(바이에른 뮌헨), 윌리안(첼시), 호베르투 피르미누(리버풀), 가브리엘 제수스(맨체스터 시티) 등이 공격진을 구성한다. 세계 최고의 공격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망)가 빠진 것은 분명 누수지만 다른 선수들만으로도 충분히 빛난다. 그 막강 화력을 어떻게 봉쇄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17일 훈련장에서 만난 왼쪽 수비수 김진수는 “브라질과는 한 번 겨뤄본 경험(2013년, 0-2 패)이 있다. 그때 우리 홈에서 했던 경기였는데 역시 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많이 배웠다”는 말로 상대의 전력을 인정했다. 하지만 마냥 꼬리를 내일 상황은 아니다. 이제 우리 대표팀에서 유럽에서 뛰는 이들이 꽤나 많다.
김진수는 “브라질은 당연히 경기를 지배하면서 플레이를 할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축구는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스포츠다.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준비를 잘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드필더 권창훈 역시 “좋은 선수들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개인 대결이 아니라 팀 간의 싸움이라 모두 힘을 합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고 겸손하게 임하겠다. 그들도 약점은 있을 것”이라는 표현으로 제대로 붙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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