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는 19일 “내부 프리에이전트(FA) 유한준(38)과 2년 총액 20억 원에 계약했다”고 공식발표했다. 서로를 필요로 했던 만큼 계약 과정은 순조로웠다. 이숭용 단장과 유한준 모두 “협상이라고 할 만한 과정조차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구단이 ‘밑장빼기’ 없이 진정성 있게 금액을 전하자 유한준도 당일 수락 의사를 보였다. 그야말로 일사천리였다. 유한준은 계약 발표 직후 스포츠동아와 통화에서 “KT에서 잘 마무리하는 게 내 야구인생 마지막 숙제”라고 밝혔다.
가족, 그리고 이강철 감독과 이숭용 단장 이하 코칭스태프와 프런트 등 고마운 이들이 많은 유한준이다. 그런 그는 인터뷰 도중 문득 “사실 제일 고마운 건 경수다”라고 밝혔다. 박경수는 2016시즌부터 3년간 주장직을 소화했다. 부드러운 리더십의 박경수는 선수단과 코칭스태프의 가교 역할을 완벽히 해냈다. 하지만 당시 KT의 성적이 10위~10위~9위였기 때문에 빛을 보지 못했다. 2019년 유한준이 주장직을 이어받았는데 공교롭게도 창단 첫 5할 승률에 6위까지 올랐다.
유한준은 “2019년 KT의 도약에는 경수가 3년간 주장으로서 팀 분위기를 만들어준 영향이 컸다. 고생은 경수가 했는데 올해 주장을 맡아 숟가락만 얹은 내가 너무 많은 걸 얻은 것 같아 미안했다”며 “올해 경수는 나를 정말 많이 도와줬다. 그러면서 앞선 3년간 내가 경수를 돕지 못했던 장면이 너무 많이 생각났다”고 자책했다. 사실 박경수는 주장을 맡았던 3년 내내 “(유)한준이 형이 정말 많이 도와주기 때문에 크게 힘들지 않다”고 했지만, 당사자인 유한준에게는 못해준 미안함이 더 크게 다가온다. “생애 처음으로 주장을 해보니 그런 게 보이더라”는 것이 그의 후회다.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유한준과 박경수의 ‘고마움과 미안함 배틀’의 승자와 관계없이, 이들의 존재는 KT에게 든든한 자산이다. 이숭용 단장은 지난해 박경수와 3년 계약, 올해 유한준과 2년 계약을 할 때도 매번 “우리 팀의 프랜차이즈 선수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젊은 선수들의 롤 모델이 되어주길 바란다”고 표현했다. 이강철 감독도 “앞으로도 지금처럼 선수들을 잘 이끌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들의 리더십이나 노하우 등 무형의 가치는 ‘세이버메트릭스’로 측정되지 않는다.
KT는 막내 구단이기 때문에 타 팀에 비해 구단 역사와 스토리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박경수와 유한준을 중심으로 KT만의 문화가 서서히 만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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