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 모리뉴 감독과의 첫 단추를 잘 끼운 손흥민이 또 다시 ‘첫 파랑새’가 될 수 있을까. 이어지는 무대 역시 의미가 남다르다. 이번에는 모리뉴 감독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신고식이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복귀전이다.
모리뉴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토트넘은 26일 오전 5시(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올림피아코스(그리스)를 상대로 2019-2020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5차전을 치른다. 여러 가지 중요성을 갖는 경기다.
지난 시즌 클럽 역사상 처음으로 UCL 결승에 오르는 큰 획을 그었던 토트넘은 올 시즌 초반 팀 전체적인 부진과 함께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불안한 행보를 보였다. 1차전 올림피아코스와의 원정경기에서 2-2로 비겼고 바이에른 뮌헨과의 2차전에서는 2-7 참패를 당했다.
토너먼트 진출 불투명이라는 불안한 전망까지 나왔으나 츠르베나 즈베즈다(세르비아)와의 3, 4차전을 잇따라 승리로 장식하며 순위도 분위기도 반전에 성공했다. 2승1무1패(승점 7점)를 기록한 토트넘은 바이에른 뮌헨(승점 12점)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츠르베나 즈베즈다가 승점 3, 올림피아코스가 승점 1점에 그치고 있는 가운데 토트넘으로서는 5차전을 승리로 장식하면 최종 6차전 결과에 상관없이 16강 진출에 성공할 수 있다. 최종전이 뮌헨 원정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홈에서 매듭짓는 게 이롭다. 추가되는 비중은 모리뉴 감독이 토트넘 안방에서 홈 팬들에게 첫 선을 보이는 자리라는 점이다.
모리뉴 감독은 지난 23일 오후 영국 런던의 런던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스트햄과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3라운드 원정경기에서 토트넘 지휘봉을 잡고 첫 경기를 치렀다. 결과는 3-2 승리. 최근 프리미어리그 5경기에서 3무2패, 승리가 없던 토트넘은 6경기 만에 승전고를 울리면서 반전의 발판을 마련했고 11개월 만에 EPL로 돌아온 모리뇨 감독도 복귀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해당 경기의 주인공은 한국 축구의 자랑 손흥민이었다. 당시 손흥민은 전반 36분 선제골로 모리뉴 감독에게 첫 골을 안겼고 이어 전반 43분에는 특유의 드리블 돌파에 이은 완벽한 크로스로 모우라의 추가골을 돕는 등 1골1도움으로 맹활약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고메스 사건을 털고 손흥민이 다시 축구를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보니 기쁘다”면서 “손흥민은 웨스트햄을 상대로 환상적인 퍼포먼스를 자랑했다”고 칭찬하는 등 매치 MVP급 활약이었다. 첫 단추를 잘 끼우면서 향후 청사진이 많이 제시되고 있다.
전임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아래에서부터 차근차근 패스로 풀어가며 경기 전체를 지배하려 했던 것과 달리 수비 비중을 높인 밸런스 축구를 구사하면서 단계를 줄이고 실효를 중시하는 모리뉴 체제에서 손흥민의 역할은 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미 모리뉴는 이전 클럽들에서 빠르고, 드리블 돌파 능력이 있고, 직접 슈팅까지 가능한 윙어를 활용해 많은 재미를 보았다. 첼시 시절 아르옌 로벤이나 레알 마드리드 때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디 마리아 등을 떠올리면 이해가 빠르다.
지도자의 스타일은 잘 바뀌지 않는다. 토트넘 첫 경기에서도 모리뉴는 창의력 좋은 패스를 지닌 델레 알리를 축으로 손흥민-모우라 날개를 활용해 웨스트햄을 흔들었다. 스타트가 좋았기에, 두 번째 경기에서 불필요한 변화를 가할 가능성은 떨어진다. 올림피아코스전에서도 손흥민의 비중은 클 전망이다. 손흥민의 최근 퍼포먼스를 본다면 더더욱 기대가 크다.
손흥민은 지난 7일 즈베즈다와의 UCL 4차전에서 홀로 2골을 터뜨리며 4-0 승리를 견인했던 것을 시작으로 10일 셰필드유나이티드와의 프리미어리그 12라운드와 모리뉴 감독 데뷔전이던 웨스트햄과의 경기까지 3경기 연속 득점포를 가동했다. 4경기 연속골을 터뜨린다면, 모리뉴 감독의 신뢰는 더 커질 수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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