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삼성화재 배구의 이유 있는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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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1월 26일 10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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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왕조의 끝물이라고 했다. 투자한 만큼 성적이 나는 프로스포츠 세계에서 어느 순간부터 돈 주머니를 닫은 삼성화재는 끝났다는 얘기가 많았다.

돌이켜보면 신치용 감독이 이끌던 2014~2015시즌 챔피언결정전 이후 벌써 4시즌 째 삼성화재는 우승에 근접하지 못했다. 임도헌~신진식 감독 체제에서 각각 한 차례씩 봄 배구에 나갔지만 모두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다.

2018~2019시즌을 앞두고 송희채를 영입한 것을 마지막으로 FA시장에서 거둔 성과도 없었다. 구단은 외부영입 대신 내부육성을 하겠다는 새로운 방침을 정했다. 주전 선수들은 나이를 먹어갔고 기대했던 외국인선수가 부상을 당해 교체하고 놀고 있던 때도 있었다. 어디를 둘러봐도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신진식 감독도 “힘들지만 상위권 팀보다는 순위경쟁을 하는 팀에게 전력을 다해서 어떻게 해서든 4위 안에는 들겠다”는 시즌구상을 내놓았다.

우리카드전 0-3 완패로 시즌을 시작한 삼성화재는 박철우의 분투로 반전의 실마리를 잡았다. 외국인선수 없이 대한항공을 3-1로 이기는 등 3연승을 거두며 1라운드를 3승3패로 마쳤다. 2라운드도 3승2패로 선방중이다. 특히 한국전력~현대캐피탈과의 최근 2경기는 웜업존에서 시간을 보냈던 교체 외국인선수 산탄젤로가 엄청난 파괴력과 스피드를 보여줬다. 성급한 사람들은 신진식 감독을 명장이라고 추켜세웠다. 계륵이라던 산탄젤로가 예상 못한 기량을 과시하면서 “역시 삼성화재의 외국인선수 육성능력이 대단하다”며 찬사를 보내고 있다.

아직 시즌은 길다. 감독의 역량은 시즌전체를 놓고 봐야하기에 과분한 찬사도 비난도 성급히 할 필요가 없다. 한 두 경기만 반짝하고 그 다음부터 진짜 실력이 드러나서 사라진 외국인선수도 많다. 다만 최근의 삼성화재는 이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 바로 연결의 스피드와 강한 서브다. 그동안 팀을 상징했던 배구스타일의 변화는 의미심장하다.

이전까지 삼성화재는 높이를 이용한 배구를 잘했다. 왼쪽의 외국인선수, 오른쪽의 박철우를 앞세워 스피드보다는 높이 올려놓고 때리는 공격을 주로 했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선수들의 정확한 이단연결 능력이 필요했다. 삼성화재 배구의 특징이었다. 최근 3년간의 타이스를 시작으로 그로저~레오~가빈 등 모두 압도적인 타점을 자랑했다. 스피드와 다양한 공격을 중시하는 현대배구의 흐름과는 반대였지만 삼성화재 배구는 성공했다.

화려하지는 않아도 실속은 있었고 현대배구의 상징인 파이프공격도 많지 않았던 삼성화재 배구는 최근 달라졌다. 연결의 높이가 낮아진 대신 빨라졌다. 이 덕분에 스피드와 탄력이 좋은 산탄젤로의 장점이 살아났다. 요즘 화제인 루키 정성규도 빠른 공격이 가능해 삼성화재의 플레이는 전보다 다양해졌다.

그래서인지 최근 2경기에서는 3명의 두 자릿수 득점자를 만들어냈다. 미들블로커의 득점까지 감안한다면 좌우와 중앙의 공격균형이 잡혀가는 모습이었다.

과거의 삼성화재는 에이스가 엄청난 득점을 하고 1명의 공격수가 두 자릿수 득점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제 그 패턴에 변화가 생겼다. 현재 팀이 가진 선수들의 능력치를 최대한 발휘할 배구형태를 고민해서 만들어낸 신진식 감독의 역량이 드러나는 것은 이 대목이다.

칭찬 받을 것은 하나 더 있다. 그동안 삼성화재는 서브가 약했다. 신치용 감독시절부터 성공확률이 낮은 강한 서브보다는 범실이 적은 안정된 서브를 넣은 뒤 반격하는 배구를 선호했다. 반면 요즘 배구는 서브가 승패를 주도한다. 테니스처럼 강한 서브를 넣어야 나머지가 편해진다. 삼성화재도 대세를 따랐다. 대신 방식은 달랐다. 기존 선수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강서브를 주문하지 않고 서브를 잘 때리는 신인들을 뽑아 이 역할을 맡겼다. 이들이 경기 도중에 투입되면서 팀 전체 서브의 위력은 좋아졌다.

올해 신인드래프트에서 삼성화재는 6명을 뽑았다. 이 가운데 정성규와 김동영 신장호의 서브가 특히 뛰어나다. 김동영은 대학시절 서브왕이었다. 신장호도 1년의 공백이 있었지만 오직 서브능력을 보고 뽑았다. 굳이 안 되는 것을 내부에 시키지 않고 밖에서 필요한 부분을 보완해 전력을 높이는 발상의 전환이 삼성화재를 새로운 팀으로 만들고 있다. 역시 전통은 하루아침에 생기지도 망가지지도 않는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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