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선수라고 지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것을 참아내야 하는 일을 하는 것뿐이고, 그것을 이겨내는 것이 선수의 중요한 능력 중 하나다.”
과거 황선홍 감독이 전한 말이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전제를 깔고 칭찬을 전한 인물은 박지성이었다. 황 감독은 “지성이의 경기를 보고 있으면 축구를 했던 사람인데도 놀라울 때가 있다. 선수들이 더 잘 안다. 저쯤이면 정말 숨이 턱까지 차올라 더 이상 뛸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할 때도 지성이는 기어이 한 걸음 두 걸음을 더 뛴다”며 혀를 내둘렀다.
박지성이라는 선수가 세계 최고의 무대로 평가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톱클래스 미드필더로 활약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체력’이 큰 역할을 했다. 방대한 활동량과 이타적인 움직임으로 세계적인 별들이 요소요소 자리 잡고 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도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 그런 캐릭터는 앞으로도 찾기 쉽지 않다.
박지성 은퇴 후 한국 축구의 다음 상징으로 자리 잡은 선수를 꼽으라면 단연 손흥민이다. 포지션이 다르니 당연히 스타일도 차이가 있다. 빠른 주력과 호쾌한 드리블, 양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킥 등을 앞세워 EPL 정상급 공격수로 자리매김했다.
박지성에 비하면 더 화려하지만, 사실 체력적인 면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선수다. 특히 최근 행보를 보면 ‘체력왕’ ‘강철체력’ 등의 수식어도 아깝지 않다.
토트넘은 27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올림피아코스(그리스)와의 2019-2020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5차전에서 4-2로 승리했다. 2골을 먼저 내주며 끌려갔으나 4골을 몰아쳐 승부를 뒤집었다.
이날 선발 날개 공격수로 출전한 손흥민은 풀타임을 활약하면서 신임 모리뉴 감독 체제에서도 확실한 주전임을 다시 입증했다. 그리고 2-2 팽팽하던 순간 중요한 결승골을 어시스트하면서 팀 승리에 기여했다. 손흥민은 올 시즌 6번째 도움과 함께 15개 공격포인트(9골)를 쌓았고 동시에 5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 작성에도 성공했다.
지난 23일 웨스트햄과의 프리미어리그 원정경기에서 1골1도움을 기록하며 모리뉴 감독에게 첫 승을 선사한 손흥민은, 당시 경기에 비해서 가시적인 활약상은 없었으나 새로운 체재에서도 확고한 입지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는 플레이를 펼쳐줬다. 공격진들과 유기적인 호흡을 보이다가도 필요할 때는 과감하게 돌파하는 등 몫을 해냈다.
손흥민은 모리뉴 부임 후 두 번째 경기에서도 풀타임을 뛰었다. 동시에 최근 5경기 연속 풀타임이다. 그중에는 유니폼을 한국 대표팀으로 바꿔 있고 소화했던 2경기도 있다. 중동에서 펼쳐진 11월 A매치 2연전을 위해 벤투호에 합류했던 손흥민은 14일 레바논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4차전과 19일 브라질과의 평가전 때 모두 풀타임 필드를 누볐다.
포체티노 감독의 토트넘 마지막 경기였던 10일 셰필드 유나이티드와의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포함하면 5번의 경기를 단 1번의 교체 없이 필드를 누볐다. 한국대표팀 일정으로 비행 여정이 있었다는 것, 세계 최강 브라질과 맞섰다는 것, 소속팀 감독이 교체되는 상황에서 집중력을 더 높였어야했다는 것 등 피로도가 컸을 상황인데 차질 없이 소화하고 있다.
손흥민의 강철 체력은 이미 지난 시즌에도 입증됐다. 손흥민은 러시아 월드컵,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AFC 아시안컵 등 한국대표로 메이저 토너먼트 대회를 3번이나 뛰면서도 토트넘 일정에 빠진 적 없었다. ‘혹사 논란’ ‘강행군’ 우려가 있었으나 다행히 작은 부상도 없이 시즌을 마쳤다. 이쯤이면 인정해줘야 할 체력과 정신력이다.
축구대표팀의 한 관계자는 “세계적인 레벨에 올라섰으나 지금도 손흥민은 훈련장에서 게으름 피우는 법이 없다”면서 “실력과 인성을 다 갖췄다. 저런 성실함이 지금의 위치를 가능하게 했을 것”이라고 칭찬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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