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고 ‘고생한 보람’을 찾으려던 프로야구 선수들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차가운 겨울이 되고 있다.
스토브리그가 막을 올린 뒤 원 소속팀과 재계약에 합의한 경우는 정우람(한화·4년 39억 원), 유한준(KT·2년 20억 원), 이지영(키움·3년 18억 원) 정도다. 하지만 평소 활약상에 비해서는 염가 계약이라는 평가다.
오지환(LG), 안치홍, 김선빈(이상 KIA) 등 원 소속팀에 상징과도 같은 기대주들은 계약기간과 액수 등에서 구단과 큰 이견을 보이며 해를 넘겨 사인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FA를 잡기 위해 과열 경쟁을 보인 과거와는 딴판이다. 수년 전부터 유행처럼 자리 잡은 육성 기조에 더해 구단들의 다양한 전력 보강책이 FA 대박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최근 늘어난 선수 및 해설위원 출신 단장들은 자신의 눈높이에 맞춘 트레이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포수 보강이 가장 시급해 이지영, 김태군 등 FA 시장에 나온 포수들에게 끌려 다닐 가능성이 높다고 봤던 롯데는 해설위원 출신 성민규 단장이 트레이드를 통해 한화로부터 지성준을 영입했다. 토종 선발을 찾고 있던 역시 해설위원 출신 정민철 한화 신임 단장과 이해관계가 ‘쿨하게’ 맞아떨어진 것이다. 해설위원 출신 이숭용 단장이 있는 KT도 SK와 협상해 취약한 백업포수 자리를 메웠다. 유격수가 약점이라고 선언한 SK도 FA 시장에 나온 김선빈, 오지환(이상 유격수)만 바라보는 대신 트레이드를 통한 전력 보강에 집중하고 있다.
선수단 규모를 줄이는 최근 흐름도 구단에는 선수 보강의 기회가 되고 있다. 과거 같으면 다른 팀에 보내면 부메랑처럼 타격을 입힐까 염려돼 ‘노망주’(노장+유망주 합성어)가 되거나 은퇴할 때까지 묵혀 뒀을 선수들이 시장에 대거 풀렸다. 최근 2차 드래프트에서는 LG가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국가대표 출신 한화의 2루수 정근우를 영입했고, 한화도 ‘타 팀 가면 주전’ 소리를 듣던 두산 정진호(외야수)를 데려왔다. 2차 드래프트 후 두산에서 방출된 홍상삼은 KIA로, LG에서 나온 김정후도 키움의 품에 안겼다. 모두 시속 150km 전후의 힘 있는 공을 던지는 강견들이다.
28, 29일에는 ‘2019 한국야구위원회(KBO) 윈터미팅’이 열린다. 구단 및 KBO 관계자들이 리그 활성화를 위해 고민하는 자리지만 전력 보강을 위한 구단 관계자들끼리의 ‘머리 맞대기’도 제법 있을 전망이다. 최민재(외야수), 지성준(포수), 장원삼(투수) 등을 영입한 롯데는 “큰 그림을 그리겠다”며 전방위적 선수 보강에 대한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전력 보강을 노리는 각 구단이 FA 영입 대신 찾는 ‘제3의 길’이 FA 선수들에게는 찬바람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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