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탁구협회가 2020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의 남북 단일팀 구성을 추진 중인 가운데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이 데드라인을 1월 중순으로 설정했다.
유 위원장은 4일 제73회 아우디 고진모터스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대회 개회식이 열린 춘천호반체육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1월 중순까지는 기다려볼 것이다. 그 시점을 넘어가면 단일팀 구성은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처음 개최되는 탁구 세계선수권대회는 내년 3월22일부터 8일 간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된다. 도쿄올림픽 전초전으로 세계 톱랭커들이 대거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또 다른 관심사는 북한의 출전 여부다.
북한은 그동안 꾸준히 세계선수권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대회는 성격이 다르다. 정치적으로도 풀어야 할 사안이 많다.
오거돈 부산시장과 함께 공동 조직위원장을 맡은 유 회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국제탁구연맹(ITTF) 집행위원의 지휘를 적극 활용해 북한의 참가 의사를 여러 경로로 타진하고 있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북한이 참가를 결정한다면 흥행과 전력 강화를 위해 단일팀 구성까지 추진할 생각이다. 1991년 지바(일본)와 2018년 할름스타드(스웨덴)에서 그랬던 것처럼 다시 한 번 단일팀의 감동을 전세계에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유 회장은 “북한의 참가는 우리 뿐 아니라 ITTF의 큰 관심사다. 탁구는 남북 관계를 리드하는 종목이라는 인식도 있다. 처음으로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북한이 참가해주고 나아가 1991년, 2018년의 감동을 재연할 수 있으면 무척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지금까지 진행된 상황은 ITTF가 북한으로 보낸 초청장이 전부다. 대한탁구협회와 북한탁구협회의 대화 창구는 완전히 단절된 상황이다.
유 회장은 “ITTF를 통해 공식 초청장이 전달됐다. 다른 참가국들에도 전달되는 초청장이지만 북한에는 조금 먼저 보낸 것으로 안다. 초청장에는 세계선수권 참가와 단일팀 추진 의사를 묻는 내용이 담겼다. 아직 답변은 못 받았다”고 소개했다.
유 회장은 1월 중순까지는 북한의 단일팀 추진 의사를 기다리겠다고 했다. “최대 1월 중순까지는 기다릴 것이다. 넘어가면 어렵다. 2018년 (단일팀 구성이라는) 깜짝 놀랄 일이 있었지만 완벽한 팀을 위해서는 충분한 훈련이 필요하다. 이번에는 갑자기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세계선수권에는 나서지만 단일팀을 거절하는 시나리오도 있다. 이 경우 조 추첨식이 예정된 2월20일까지는 참가 의사를 표명해야 한다는 것이 조직위원회의 방침이다.
유 회장은 “ITTF와 논의한 적은 없지만 배려보다는 정해진 규정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2월20일까지 참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유 회장은 “국가 차원에서 도움이 있었으면 좋겠다, 경색된 남북 관계를 평창올림픽이라는 매개체로 풀었던 만큼 이번에는 탁구가 그 역할을 하면 영광스러울 것”이라고 보탰다.
최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끝난 에이스턴 챔피언스컵 2019 국제친선탁구대회를 통해 북한 인사들을 접한 현정화 대한탁구협회 부회장은 분위기가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고 했다.
현 부회장은 “폐회식 때 유승민 회장님도 왔는데 북한 단장님을 만났다. 각별하게 대해줬다. 많이 도와달라고 했는데 분위기가 좋았다”고 귀띔했다.
유 회장은 사견임을 전제로 남녀 대표팀 모두 4강권에는 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최국으로서 4강에는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자의 경우 단일팀은 확실한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타이틀 스폰서 구하기 등 예산 확보는 순차적으로 진행된다는 것이 유 회장의 설명이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총 사업비로 80억원을 책정했다.
유 회장은 “타이틀 스폰서는 우리와 ITTF가 함께 노력 중이다. 국내 기업은 물론 해외 기업까지 물색 중이다. 부산시와 정부도 적극 나서고 있어서 스폰서는 차질 없을 것이다. 긍정적인 신호들은 있다”고 소개했다.
탁구 세계선수권대회는 1926년 런던에서 시작돼 93년이라는 역사를 자랑한다. 단일 종목 세계선수권대회로는 가장 길다. 2003년 파리대회부터는 격년제로 홀수해는 개인전, 짝수해는 단체전이 치러진다.
조직위는 벡스코 제1전시장을 체육관으로 개조해 총 6500석의 관중석을 설치할 계획이다. 경기장 바깥에도 다양한 체험 부스 등을 운영해 보는 탁구가 아닌 즐기는 탁구로 접근한다는 구상이다.
“굉장히 큰 중압감이 느껴진다. 맡고 있는 어떤 직책보다 가장 신경쓰고 있다. 탁구인이기에, 탁구협회장이 된지 얼마 안 돼 더욱 노력하고 있다”는 유 회장은 “역대 가장 볼거리, 즐길 거리가 많은 세계대회가 될 것“이라고 성공을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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