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벨 여자 축구대표팀 감독(58·사진)이 지난달 15일 대표팀 첫 소집에서 만난 선수들에게 이런 말을 꺼냈다. 느닷없는 복싱 얘기에 선수들이 귀를 쫑긋했다. 감독은 말을 이어갔다. “소녀는 결국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 나도 여러분과 올림픽에 나가고 싶다.” 입술을 꾹 다문 선수들의 눈이 반짝였다. 벨 감독이 말한 복싱 선수는 2012년 런던 올림픽 우승자인 아일랜드의 영웅 케이티 테일러(32)였다.
한국 여자축구의 올림픽 출전 여부를 책임질 벨 감독이 10일 오후 4시 15분 동아시안컵(EAFF-1 챔피언십) 개막전에서 중국을 상대로 첫 실전을 치른다. 한국은 2005년 국내에서 열렸던 이 대회에서 우승한 이후 14년 만에 다시 한 번 우승에 도전한다.
안방의 이점이 있다고 해도 첫 상대인 중국부터 만만치 않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6위로 한국(20위)보다 앞서 있는 중국은 역대 전적에서 한국을 5승 5무 27패로 압도하고 있다. 2015년 8월 1일 동아시안컵에서 1-0으로 승리한 게 마지막이다. 이후 두 차례 만남에서는 모두 졌다. FIFA 랭킹 10위로 2011년 독일 여자 월드컵에서도 우승한 적이 있는 세계적인 강호 일본도 한국을 기다리고 있다.
강호들을 상대하기 위한 벨 감독의 전략은 일단 자신감을 불어넣는 것이다. 그는 9일 부산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목표는 3전 전승이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더라도 항상 이긴다는 마음가짐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선수들에게는 동아시안컵 우승 이상의 목표인 올림픽 본선 진출을 언급하며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 한국 여자축구는 한 번도 올림픽 본선에 진출해 본 적이 없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벨 감독은 훈련 현장에서 직접 장비를 준비하고 한국말로 인사를 하는 등 선수들과 적극적으로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남자 대표팀은 하루 뒤인 11일 오후 7시 반 홍콩과의 맞대결로 대회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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