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2019년 마지막 일정으로 10일 개막하는 ‘동아시아축구협회(EAFF) E-1 챔피언십’은 익히 전해진 대로 베스트 전력을 꾸릴 수 없는 대회다. 국제축구연맹(FIFA) 캘린더에 잡혀 있지 않은 일정이기에 클럽들은 선수차출에 대한 의무가 없다. 따라서 유럽이나 중동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함께 하기 어렵다.
이런 배경과 함께 한국 축구의 자랑 손흥민(토트넘)을 비롯해 황희찬(잘츠부르크), 황의조(보르도), 이재성(홀슈타인 킬), 이강인(발렌시아) 등 유럽파는 물론 남태희와 정우영(이상 알 사드) 등 중동파도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언급한 선수들의 면면을 감안할 때 벤투호는 누수가 상당하다. 일본도 중국도 유럽파가 빠지는 것은 동일한 조건이라고는 하지만 여느 때보다 높아진 대표팀 내 유럽파들의 비중을 생각한다면 아무래도 한국의 손해가 가장 크다. 그 빈자리를 누가 채울 수 있느냐가 이번 대회 중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벤투 감독은 “완전한 전력을 꾸릴 수는 없으나 변명 없이 최선을 다해 준비해 결과를 얻겠다”고 말한 뒤 “이번 대회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될 선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이미 여러 차례 “동아시안컵 역시 우리의 축구 스타일, 축구 철학으로 진행할 것”이라는 뜻을 전해왔다.
결국 누군가는 남태희나 이재성이 소화했던 임무를 맡아야하고 손흥민이나 황의조가 어깨에 짊어졌던 짐을 나눠야한다. 이가 없어 쓰는 잇몸이라 여긴다면 준비하는 또 다른 ‘대표선수’에게 섭섭할 일이다. 이런 배경을 통해 솟구칠 ‘신데렐라’가 분명히 있다.
사실 후방은 이전의 벤투호와 견줘 큰 변화가 없을 공산이 크다. 어느덧 수비라인의 기둥으로 성장한 김민재(베이징 궈안)를 비롯해 김영권(감바 오사카), 권경원, 김진수(이상 전북현대) 등 수비수들과 김승규(울산현대)와 조현우(대구FC)가 나서는 GK 등은 정예와 다름없다. 유럽으로 진출한 수비수가 없는 관계로 핵심 자원 모두가 합류한 상태다.
요컨대 변화는 허리라인 위쪽에 집중될 전망이다. 가장 주목할 인물은 역시 2019년 K리그1 MVP를 수상한 김보경(울산현대)과 MVP 경쟁을 펼치면서 전북현대의 우승을 견인한 문선민이다. 두 선수 공히 올 시즌 K리그를 지배했다는 표현이 아깝지 않을 만큼 좋은 활약을 펼쳤다.
김보경은 지난 시즌 J리그에서 뛰다 올 시즌을 앞두고 “울산에 우승컵을 안기겠다”는 다부진 각오와 함께 K리그로 컴백해 13골9도움으로 맹활약, 팬들 사이 ‘축구도사’라는 극찬까지 받았다. 올 시즌 최초의 10(골)-10(도움) 클럽 가입자인 문선민 역시 호화군단 전북에서도 가장 도드라지는 빛을 내면서 리그 3연패의 일등공신이라는 평을 받았다.
그런데 대표팀과는 거리가 있었다. 시즌 내내 그 흔한 부상이나 슬럼프가 없었음에도 벤투 감독의 마음은 사로잡지 못했다. 대표팀 일정 때마다 고배를 마셨는데, 2019년 끝자락에 기회를 잡았다.
분명 유럽파 공백의 덕을 보았다는 것은 자신들도 알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불러들인 선수들 조합을 생각했을 때 현 스쿼드에서도 김보경이나 문선민을 제외한다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기회가 주어질 공산이 높고 따라서 두 선수 입장에서는 벤투 감독이 쓰고 있는 색안경을 벗길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는 무대다.
내년 3월부터는 다시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이 시작된다. 새로운 선수들을 파악할 ‘시험무대’가 더 이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도 이번 대회의 결말이 자못 궁금해진다. K리그를 지배했던 김보경과 문선민은 벤투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두 선수뿐만 아니라 대다수 K리거들 모두 배수진을 쳐야할 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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