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이 뽑은 ‘동아스포츠대상’… “어렸을 땐 배구만 잘하자 생각”
데뷔 첫 트로피 남자농구 이정현, ‘으악새’ 비호감 딛고 인정 받아
야구 양현종 “팬 위해 더 노력”… 남자골프는 12년차 문경준 감격
“동료들이 뽑아줘서 의미가 남다릅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한국어 또는 영어로, 무대 위에서 또는 영상을 통해, 팔에 깁스를 한 채…. 수상자들의 소감과 사연은 제각각이었지만 공통된 한마디가 있었다. 함께 경쟁하면서도 인정해준 동료 선수들에 대한 감사 인사. 이 상의 의미 또한 그 속에 진하게 담겨 있었다.
11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CMS와 함께하는 동아스포츠대상’ 시상식에는 국내 5대 프로스포츠(야구, 축구, 농구, 배구, 골프)에서 동료들이 직접 선정한 종목별 최고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 상은 종목별 선수들이 직접 투표를 해 수상자를 뽑는다. 특히 같은 팀 선수에게는 투표를 할 수 없기에 더욱 객관적인 눈으로 선수들의 활약을 평가했다. 수상자는 다른 어떤 상보다 자부심을 가질 만했다.
여자 프로배구 부문 수상자 이재영(23·흥국생명)은 처음 이 상을 받은 뒤 활짝 웃으며 “기쁘고 영광스럽다. (상금 1000만 원을) 유소년 배구 발전을 위해 기부하겠다”며 ‘쿨’하게 소감을 밝혀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2014년 프로배구에 데뷔해 정규리그, 챔피언결정전, 올스타전 최우수선수(MVP) 등 상이란 상은 모두 받아봤지만 선수들의 인정이 아쉬웠던 그는 이날 수상으로 명실상부한 최고 스타의 반열에 올라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프로배구 남자부 최고의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로 꼽히는 박철우(34·삼성화재)는 2009년 처음 동아스포츠대상을 수상한 뒤 정확히 10년 만에 동료들로부터 다시 최고라고 평가받았다. 두 딸과 함께 단상에 선 박철우는 “개인 기록이 좋지 않아 이 상을 받을 거라 예상하지 못해 당황스럽다”면서도 “10년 만의 수상인데 어렸을 때는 배구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요즘엔 좋은 사람, 좋은 선수가 돼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모범적인 선수가 되겠다”며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박철우는 두 딸을 비롯해 농구선수 출신 아내 신혜인의 축하를 받으며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수년 전 플로핑(Flopping·과장된 동작으로 파울을 유도하는 행위) 등으로 타 팀 팬들에게 단단히 찍히며 ‘으악새’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얻었던 이정현(32·KCC). 그는 이날 남자 프로농구 수상 트로피를 받으며 2010년 데뷔 후 약 10년 만에 선수들로부터 최고로 인정받았다. 이정현은 “어렸을 때는 다른 사람이 뭐라 하든 말든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가볍게 행동했던 것 같다. 동료들의 인정이 담겨 있는 이 상이 주는 의미가 정말 특별한 것 같다. 과거와 달라지려 노력하지만 앞으로 귀감이 되는 사람이 되도록 더 힘쓰겠다”고 말했다.
올해 프로야구 평균자책점 1위 양현종(31·KIA)은 2년 만에 다시 상을 받은 뒤 “프로야구가 지난해에 비해 흥행에 실패했다. 내년에 더 많은 팬들이 야구장을 찾을 수 있도록 나부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남자 프로골프에서는 한국프로골프(KPGA) 데뷔 12년 차인 문경준(37·휴셈)이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 상을 처음 받아 감격스러워했다. 여자 프로골프 수상자는 이번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전관왕 최혜진(20·롯데)이었다. 최혜진은 진행을 맡은 방송인 남희석이 골프 잘 치는 비법을 알려달라고 질문하자 “공을 끝까지 보고, 끝까지 피니시를 하면 된다”고 재치 있게 답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김부근 센트럴메디컬서비스(CMS) 대표이사,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 총재, 이정대 한국농구연맹 총재, 이병완 한국여자농구연맹 총재, 조원태 한국배구연맹 총재, 김상열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회장, 이강선 한국프로골프협회 부회장, 한웅수 한국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 등 내빈을 비롯해 300여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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