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최종예선 대비 위해 귀국 “부상자 관리-컨디션 회복에 집중
쉽지 않지만 조별리그 통과 목표…한국 감독 복귀? 욕심 없다”
60년 만에 베트남의 동남아시아(SEA) 경기 우승을 이끈 ‘베트남 영웅’ 박항서 감독(60)과 베트남 22세 이하 대표팀 선수들이 14일 김해국제공항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환호성이 터졌다. 교민과 유학생 등 베트남인 150여 명은 베트남 국기를 흔들며 “박항서 최고!”라고 외쳤다.
뜨거운 인기에도 박 감독은 겸손한 자세를 취했다. 그는 “연기처럼 사라지는 것이 인기다.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평범하게 살아가려고 항상 노력한다”고 말했다.
‘쌀딩크’ 박 감독은 내년 도쿄 올림픽 본선 진출을 준비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베트남 대표팀은 22일까지 경남 통영에서 전지훈련을 한다. 베트남은 내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 23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D조(한국 C조)에 속해 있다. 16개국이 4개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 뒤 각 조 1, 2위가 8강 토너먼트를 치른다. 4강 진출 팀에 올림픽 출전권이 주어지지만, 자동 출전권을 지닌 일본이 4강에 실패하면 3위까지 출전권이 주어진다. 베트남 최초의 올림픽 진출을 노리는 박 감독은 “베트남 정신(단결, 자존심 등)을 토대로 하나의 팀으로 완성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 전지훈련은 날씨가 따듯한 곳에서 하지만 박 감독은 한겨울의 한국을 찾았다. 그는“통영의 좋은 공기를 마시면서 부상자 관리와 컨디션 회복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박 감독 측 관계자는 “의료 기술이 뛰어난 한국에서 부상자 치료 등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올림픽 진출 가능성에 대해서는 “올림픽 예선이 쉬운 것은 아니다. 조별리그 통과가 목표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베트남 국가대표팀(A대표팀)과 22세 이하 팀 사령탑을 겸직하며 승승장구 중인 박 감독은 최근 베트남에서 ‘운이 좋은 때’라는 뜻의 ‘당손’이라는 말에서 유래한 ‘박당손’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박 감독은 “좋아서 부르는 애칭은 무엇이든 좋다”며 웃었다.
SEA 경기 결승에서 그는 상대의 거친 몸싸움에 대해 심판에게 격렬히 항의하다 퇴장을 당했다. 당시 베트남 언론은 “새끼를 보호하는 닭 같았다”며 리더십을 높게 평가했다. 박 감독은 “퇴장이 좋은 것은 아니다”면서 “베트남에서 일하면서 대한민국의 국격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박 감독이 국내 사령탑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베트남의 영웅으로 떠오른 노장은 조국으로의 리턴에 미련이 없어 보였다. 그는 “한국에는 유능하고 젊은 지도자가 많다. 한국 감독 자리는 탐하지도 않고, 욕심도 없다. (한국에서) 내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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