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최대 1100만달러 입단… “팀에 필요한 선수 되는게 첫 목표”
팔꿈치 수술뒤 작년 완벽하게 부활… 2014년 쓴잔 이후 마침내 꿈 이뤄
올 시즌초부터 ML 스카우트 몰려
흰색 유니폼 상의에 새겨진 붉은색 ‘33’ 등번호, 빨간색 모자. 비슷한 분위기의 SK 유니폼(SK 시절 등번호는 29번)을 입고 10년 넘게 KBO리그 마운드를 주름잡은 그에게 새 유니폼은 전혀 낯설어 보이지 않았다. 이제 국내 무대에서 꾸준히 보여준 실력만 선보이면 된다.
김광현(31)이 메이저리그(MLB) 전통의 강호 세인트루이스와 손을 잡으며 오랜 꿈을 이뤘다.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는 18일 “세인트루이스가 김광현과 2년 800만 달러(약 93억4000만 원)에 계약했다”고 전했다. 같은 날 디 애슬레틱은 “김광현이 매년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로 최대 150만 달러를 챙길 수 있다”고 보도했다. 2년 최대 1100만 달러인 셈. 2016년부터 2년 동안 세인트루이스에서 안방 팬들에게 좋은 기억을 남긴 오승환(삼성)과 같은 대우다.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내내 웃음을 못 감춘 김광현은 “무척 기대되고 떨린다. 2020시즌이 정말 중요한 시즌이다. 선발투수가 최상의 시나리오겠지만 팀에서 필요한 위치에서 필요한 선수가 되는 게 첫 번째 목표다.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입단 소감을 전했다.
내셔널리그(NL) 우승만 19차례, 월드시리즈(WS) 우승이 11번에 달하는 세인트루이스는 포스트시즌에 오르면 전력 이상의 힘을 발휘해 ‘가을 좀비’라 불리는 강팀이다. 2019시즌 NL 중부지구 1위로 4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으나 WS 우승팀 워싱턴에 4연패를 당했다. 선발진이 우완 일색이라는 한계가 뚜렷했다. 좌완에 선발 경험이 풍부한 김광현은 마일스 마이컬러스, 잭 플래허티, 다코타 허드슨 등과 함께 선발의 한 축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순조로웠던 류현진(32)과 달리 ‘투수 2호’로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KBO리그에서 MLB로 직행하게 된 김광현의 빅리그 도전기는 굴곡졌다. 2014시즌을 마치고 처음 MLB 도전에 나선 김광현은 당시 최고액(200만 달러)을 적은 샌디에이고와 개인협상에 들어갔으나 연봉 등에서 이견을 보여 결국 꿈을 못 이뤘다.
설상가상 2016시즌 후 팔꿈치 수술을 하고 SK와 4년의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으며 ‘빅 리그’ 꿈은 멀어지는 듯했다. 부상에서 재기해야 했고, 김광현이 FA 계약 기간을 꽉 채운 뒤라면 한국 나이 34세에야 미국 무대에 도전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왼 팔꿈치에 20cm 크기의 V자 모양 큰 수술자국이 남은 김광현은 재활 내내 묵묵히 구슬땀을 흘렸다. 자신의 KBO리그 우승반지 보관함에 팔꿈치에서 나온 뼛조각까지 함께 넣어두고 보면서 와신상담했다. 2018시즌 복귀 후 그해 한국시리즈(KS)에서 시속 154km의 강속구로 팀 우승에 마침표를 찍었던 김광현은 2019시즌 ‘관리모드’ 없이 17승 6패 평균자책점 2.51로 2010시즌 이후 9년 만에 개인 최다승 타이기록을 세우며 완벽하게 부활했다. 시즌 초반부터 심상찮았던 그의 모습을 관찰하기 위해 MLB에서 온 스카우트들이 대거 경기장에 몰렸다.
원소속팀 SK의 대승적인 판단도 빠질 수 없다. 팀 우승을 위해 아직 계약 기간이 남은 김광현이 반드시 필요했지만 SK는 김광현의 MLB 도전을 허락해 30대 초반 나이에 꿈을 이뤘다.
김광현도 이 같은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기자회견 막바지에 직접 준비해온 ‘THANK YOU, SK’가 적힌 손팻말을 꺼내 든 그는 “소속팀의 허락이 없었다면 여기에 올 수 없었다. SK에 정말 감사드린다”며 감격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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