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감독이 중국 슈퍼리그 첫 시즌을 마치고 잠시 고국으로 돌아왔다. 6개월 새 톈진 취안젠(현 톈하이)~다롄 이팡~상하이 선화 등 세 번이나 팀을 옮겨야 했으나 올 여름 안착한 상하이 선화에서 최종 목표인 ‘1부 잔류’를 넘어 FA컵 정상을 일군 그다.
최 감독은 19일 서울 시내 한 카페에서 미디어 간담회를 시작하며 “집 떠나면 고생이다. 여러 분은 그렇게 하지 말라”는 농담을 던졌다. 이날 행사의 콘셉트는 ‘정담회’였다. 그간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를 전부 풀어내기 어려웠으나 첫 해를 담담하게 되돌아보며 모처럼의 여유를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 감독의 솔직담백한 스토리를 키워드로 풀어봤다.
● 우승
“부임 목표는 생존이었다. 내내 슈퍼리그 잔류만 생각했다. 우승은 꿈꾸지 않았다. 잔류가 일찍 확정돼 홀가분하게 FA컵 결승을 준비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상하이 선화는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팀이지만 최 감독의 부임 시기는 좋지 않았다. 시즌 초반 16경기에서 3승 밖에 하지 못하며 갑(甲·2부) 리그 강등이 유력했다. 사실 상하이행도 갑자기 이뤄졌다. 자신을 다롄으로 부른 브루스 조우 단장이 10년 간 활동한 상하이 단장에 부임하며 또 한 번 이직하게 됐다. 마침 다롄은 모기업 차원에서 유럽 사령탑을 찾고 있어 타이밍도 맞아 떨어졌다.
최 감독은 떨어진 사기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선수단에 만연한 패배의식을 털어내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한 번의 계기가 중요했다. 그렇게 승리를 맛보자 팀이 빠르게 바뀌기 시작했다.
● 김신욱
“중국은 외국인 선수를 선택할 때 구단의 입김이 크다. 이름값이 높은 선수를 선호하고, 우리 팀도 가레스 베일(웨일즈·레알 마드리드)을 데려오려 했다. 반면 난 애초에 ‘김신욱이 아니면 안 된다’고 했다. 확신이 있었다. 브루스 단장도 흔쾌히 허락했다.”
슈퍼리그 전반에 걸친 선입관이 ‘아시아 공격수는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신욱이 이를 깼다. 첫 경기부터 골을 넣었고, 매섭게 기세를 올렸다. FA컵 결승 홈 2차전에서도 득점하며 최고의 우승공신이 됐다. 적어도 이 순간 상하이 선화에는 ‘한국 스트라이커’에 대한 불편한 시선이 적다. 김신욱의 존재감은 피치 밖에서도 컸다. 적극적인 스킨십에 치열한 자기관리다. 하루도 빠짐없이 개인훈련을 하고, 몸을 만드는 모습을 본 중국 선수들도 이를 따르기 시작했다. 팀 문화를 선수 하나가 바꾼 셈이다.
● 전북 현대
“K리그의 숱한 기록을 전북이 쌓고 있다. 이제 한 번 더 우승하면 K리그 최다 우승 팀이 된다. 정말 마음으로 많이 응원했다. 이동국 등 베테랑부터 막내들까지 원 팀으로 포기하지 않고 집념을 보였기에 극적인 드라마가 연출됐다.”
최 감독은 ‘전북 출신’ 타이틀의 힘을 크게 느낀다. K리그를 넘어 아시아를 호령한 전북의 르네상스를 일궜다는 이유로 중국 제자들은 큰 존경심을 보인단다. 특히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경험이 있는 선수들을 중심으로 전북은 ‘넘볼 수 없는 벽’으로 통하고 있다. 그는 “전북 프리미엄이 확실히 있다. 적어도 전북 선수는 어느 누굴 데려와도 좋다는 긍정의 이미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 ACL
“걱정도 크다. 리그와 ACL를 병행해야 한다. 3년 전에도 FA컵 우승으로 ACL에 도전했고 조별리그를 넘지 못했다. 토너먼트에 오른 적이 없다더라. 일단 예선 통과에 집중할 참이다. 16강부터는 누구도 모른다.“
최 감독은 전북 부임 첫 해인 2015년 FA컵을 평정했고, 이듬해 ACL을 제패했다. 나름의 노하우가 있고, 자신도 있다. 조 추첨을 기다리는 마음은 편치 않았으나 걱정한 전북과의 조우는 피했다. 전력 보강은 필수다. 용병과 토종의 격차가 엄청난데 아이러니한 건 중국 선수들의 몸값이 상상이상이라는 점이다. 이적료만 200억 원에 달한 경우도 흔하다. 규정상 자국 선수 영입이 쉽지 않다. 그는 “중국 선수부터 보강해야 한다. 팀은 내심 5위권 진입을 바라는데 일단 꼭 필요한 부분을 채워야 한다. 외국인 수급은 그 다음”이라고 설명했다.